"코일을 굴려서 갈 수도 없고..답답할 따름입니다"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포항지부 소속 화물차량의 포항제철소 봉쇄가 지난 7일 오후 해제되면서 철강재 물류에 '숨통'이 트이기는 했지만 제품 출하가 전면 중단됐던 엿새동안 포스코 임직원들의 한결같았던 하소연이다. 열연.냉연코일의 무게는 통상 롤당 20t. 공장에서 크레인으로 들어올려 대형 트레일러 또는 화물열차, 운송선에 싣지 않는 이상 다른 방법으로는 운송할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포스코 관계자들은 제철소 견학자에게 "견학기념으로 열연코일을 한 롤 줄테니 가져가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포항제철소 출하팀의 한 직원은 "쌓여가는 재고를 보면서 `반도체라면 서류가방에 담아 직원들이 들고 뛰어서라도 고객사에 넘길텐데'라고 생각하며 반도체업체를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답답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이처럼 뒤숭숭한 현실 속에서 철강업계는 철강재 물류대란의 이면에 얻은 점도 없지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원자재를 들여오지 못해 조업을 일부 중단하고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재고를 쌓는 아픔을 겪기는 했지만 이번 사태가 `산업의 쌀'로서 철강재의 중요성이 대중에 널리 인식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다. 현대중공업 등 과거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회사가 거액의 금전적 피해를 입고 사회문제로 비화한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엄격히 따지면 해당기업 이외에 동종의 다른 기업이나 다른 산업까지 심각한 여파를 미친 것은 아니라는 게 철강업계의 인식이다. 반면 이번 포항철강공단 마비를 통해 철강재의 물류 차질은 곧바로 조선, 자동차, 전자, 건설 등 국가경제의 주요산업 피해로 연결된다는 점이 여실히 입증됐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솔직히 물류 차질로 철강재가 출하되지 못해도 재고로 쌓아놓으면 어느 정도는 감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며 "그보다 철강재 공급 차질로 수요업체의 조업중단 등 사실상 전산업이 피해를 입게 되는 점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철강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에게 홍보해왔는데 이번 사태가 회원사에 피해를 입힌 `반대급부'로 이러한 홍보 기능을 해준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카피를 주제로 선박, 자전거, 시계, 현악기 등을 TV광고로 보여주며 철강재의 중요성을 홍보했던 포스코는 이 광고가 어떤 의미였는 지 이번 철강재 물류대란을 통해 가감없이 보여준 셈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묵 기자 econom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