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간 경제마찰이 이라크전쟁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라크전쟁과 함께 양측 국민간 상호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난 데 이어 최근에는 합병 및 입찰 등을 둘러싼 기업간 마찰도 잇따르고 있다. 미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유럽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로 환율전쟁도 예고되는 상황이다. EU집행위원회는 7일 미국에 대해 내년부터 연간 40억달러의 무역보복을 강행하겠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EU 반독점위원회는 미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핀란드 기업 합병건에 제동을 걸었다. 전날에는 유럽 군용 항공엔진 공급계약이 유럽컨소시엄에 돌아가자 미국의 정·재계가 유럽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며 보복을 선언했다. 특히 미국계 다국적기업들은 반미감정으로 인해 유럽지역의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울상이다. ◆EU의 무역보복 경고=유럽위원회는 이날 오는 9월까지 마이크로소프트·보잉 등 미국 거대기업들의 수출을 간접 지원하는 해외판매법인 감세조항을 미 의회가 폐기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연간 40억달러의 무역보복을 강행하겠다고 최후 통첩했다. 해외판매법인 감세조항이란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지사 등을 통해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에 대해 수출소득의 15~30%를 감면해주는 특혜 제도다. EU의 이 같은 결정은 오렌지에서 원자로에 이르는 1천8백개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고 1백%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세계무역기구(WTO)가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연내 법개정을 위해 의회를 설득하고 있다"며 수용의사를 내비쳤지만,의회는 대량실업을 이유로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EU,GE 합병건 제동=EU반독점위원회는 GE가 추진 중인 21억달러 규모의 핀란드 의료기기업체 인스트루멘타리움 합병에 대해 일부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승인을 거부키로 했다. 이 위원회는 반독점법 저촉을 이유로 합병대상 중 환자감시사업·이동 X레이장치·유방암검사장비 등 3개 사업의 제외를 요구하는 '반대의견서'를 조만간 GE측에 보낼 계획이다. 이에 대해 GE측은 필립스·지멘스 등 EU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 기업,유럽 군용기 엔진납품 탈락=지난 6일 에어버스 밀리터리는 28억달러 규모의 군용 수송기(A300)용 엔진공급권을 유럽컨소시엄인 EPI에 발주했다. 수주에 실패한 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UTC)는 낮은 가격을 써냈으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EU 각국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존 록펠러 미 상원의원(민주당)은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노골적인 보호주의"라고 비난하면서 "미국 방위산업에 대한 EU업체들의 참여를 배제하는 보복법안을 제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우종근 기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