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석유 부문은 미 당국이 갓 임명한 미 석유업계 경영자 출신 인사가 현재 관장하고 있으나 급선무인 정유제품 이라크 내수 공급과 원유수출 재개 문제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후 복구를 책임지고 있는 미 재건인도지원국에 의해 4일 이라크 석유부 자문위원장으로 임명된 필립 캐럴의 최우선 과제가 정유제품 내수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캐럴은 석유 메이저 셸의 최고경영자 출신이다. 이들은 미국이 구상하는 석유산업 민영화와 외국 석유메이저에 유전 채취권을 부여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은 추후 과도 기구를 거쳐 들어설 이라크 민선 정부에 공식적인 결정권이 넘어가게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계약 주체가 아직 명확하지 않아 이라크 석유 수출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도 시급해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정유제품 내수난이 무엇보다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화력발전소에 연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으며 트럭과 버스도 다수가 휘발유가 없어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만에서 석유산업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이삼 알-찰라비 전 이라크 석유장관은 "이라크 정유 설비가 조속히 정상화되고 석유 제품을 곳곳으로 배분하는 작업이 재개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라크의 원유 생산은 남부 일부 유전에서 재개되기 시작했으며 남부 항구도시 바스라 인근의 주바이르 정유소에서 현재 하루 7만배럴 가량의원유가 정제되고 있다. 주바이르 정유소 책임자인 타하 이브라힘은 5일 "3주 가량의 작업이 이뤄지면정유 능력이 하루 14만배럴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최대 정유능력은 하루 18만배럴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찰라비는 휘발유와 각종 연료의 내수 시스템을 정상화시키는데도 "몇주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라크는 사우디 아라비아 다음으로 확인된 원유 매장량이 많은 나라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지난 12년간 석유 수출을 유엔에 의해 통제받으면서 석유 부문 인프라가 황폐화됐다. 이에 따라 쿠웨이트를 침공했던 지난 90년 이전 하루 350만배럴 가량을 생산하던 것이 이번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던 시점에는 100만배럴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전쟁으로 정상적인 수출이 중단된 상태다. 석유 전문가들은 이라크 석유부문 정상화와 관련해 인프라 복구를 위한 부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온 것도 취약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워싱턴 소재 석유 컨설팅 회사 페트롤렘 파이낸스의 바한 자노얀 최고경영자는 문제가 심각하면서 "공구가 없어 펌프의 속도조절 장치를 가죽 허리띠로 작동시키는석유 노동자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 부문의 안전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라크 석유 전문가들은 이나라 석유 부문을 지난 90년 걸프전 이전 수준으로 복구시키는데만 8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산유량을 그 이상으로 확대하려면이 보다도 몇배의 자금이 더 소요될 것으로 이들은 내다봤다. 여기에 이라크가 지고 있는 최소한 1천390억달러의 외채를 갚기 위해서도 석유판매 수입을 크게 늘리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 수출을 재개하는 작업도 만만치가 않다. 유엔 제재가 여전히 발효중인데다가 석유판매 주체가 아직까지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장 터키의 케이한 항구에 비축된 1억8천500만달러 상당의 930만배럴도 선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런던 소재 코메르츠방크의 존 리그비 연구원은 "바이어들이 확실한 계약을 통해 이라크 석유를 도입하길 바라면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석유수출 재개가 기술적, 외교적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 전후 복구자금 마련을 위해 가능한한 빨리 이라크 석유수출 재개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으나 유엔 안보리가 이라크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문제가 워싱턴의 뜻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 석유장관을 지낸 알-찰라비는 "이런 저런 정황들을 볼 때 빨라야 7월쯤에나 이라크 석유 수출이 재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런던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