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도어 레빗 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최근 은퇴)는 1983년 5월 "지역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다국적(multinational) 기업'시대는 가고,생산 분배마케팅 등에서 '규모의 경제(economics of scale)'를 실현한 글로벌 기업들이 활약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디어의 발달로 사람들의 욕구나 수요가 균질화되기 때문에 코스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 소비시장을 석권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의 이같은 예측은 이후 글로벌기업들의 마케팅전략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으며,20년이 지난 지금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공산권이 무너져 자본주의 시장이 넓어지면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도날드 코카콜라 MTV 월트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은 동구권을 포함한 세계시장을 상대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덕분에 국제투자 자금이 몰려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거대 기업들은 각국 소비자를 회사 고객으로 끌어안기 위해 마케팅 전략도 제품에서 '브랜드'중심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소비시장에서 국경개념도 사라졌다. 글로벌 시장의 탄생에서 출발한 그의 '세계화'개념은 90년대 말부터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라는 이름 아래 무역 통상은 물론 각국 정부의 경제정책과 기업의 지배 구조에 이르기까지 확대,적용되고 있다. 미국 주도로 오는 2005년 타결을 목표로 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의 경우 '세계화'란 명분을 앞세워 농산물에서부터 교육 등 서비스 시장에 이르기까지 완전한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또 세계 각국은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각종 법규와 관행을 재구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리처드 테드로 교수는 "21세기들어 세계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부 국가에서 반세계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렇지만 레빗 전 교수가 예측한대로 기업과 국가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레빗 전 교수도 5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반세계화 바람에도 불구하고 코카콜라 맥도날드 후지필름 등 세계적 제품은 전세계 모든 소비자들로부터 애용되고 있다"며 세계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