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농기계 제작업체인 대동공업의 경운기 생산라인 가동률은 지난해 52.1%에 그쳤다. 콤바인 공장 역시 53.4%로 절반을 겨우 넘겼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품목인 트랙터도 60%에 불과했다. 1백50여개 농기계 생산업체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쌀시장 개방으로 인한 농촌 인구의 격감과 정부의 보조금 지급 중단,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상황 때문이다. ◆'계륵(鷄肋)'인 농기계 사업=국제종합기계의 모기업인 동국제강은 지난 3월 이 회사에 증자를 결정했다가 부실계열사 지원이라는 호된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국제종합기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9% 급감한 1천8백54억원. 영업수지도 2001년 2백39억원 흑자에서 5백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동공업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6%나 줄었다. 영업수지도 55억원 흑자에서 37억원 적자로 급격히 악화됐다. 아세아농업기계도 지난해 영업손실폭만 전년도 이익의 두 배 가까운 3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동공업 국제종합기계 아세아농업기계 등 국내 농기계 '빅3'업체 모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LG전선의 경우 지난해 국내 시장의 24%를 차지하는 트랙터사업 부문을 팔기로 결정했다가 원매자를 찾지 못해 매각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농업시장 개방이 직격탄=지난해 국민총소득에서 농촌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4%로 본격적인 농업시장 개방이 시작된 지난 96년의 5.9%에서 4분의 1 이상 줄었다. 농업 인구도 3백93만명으로 95년 4백85만명에서 7년만에 1백만명 가까이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농가에 지원하던 농기계 구매용 보조금도 99년부터 중단됐다. 이후 정부는 구매대금의 70%까지 저리로 빌려주는 특혜성 융자로 지원책을 바꿨지만 이미 시들해진 농업산업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99년 1조원이 넘던 융자금은 지난해 6천억원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농기계 업종을 구조조정하지 않는 대신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해 수출품목으로 육성키로 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업체들이 정체된 시장에서 제살깎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