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명성을 앞장서 강조해온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72)이 거꾸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에 굴복했다.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로 불리는 버핏 회장은 3일(현지시간) 보험 및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측근으로 구성된 이사진을 교체하라는 요구를 수용,"독립적인 이사들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회계관행 등 기업 투명성 제고에 목소리를 높여온 그가 외압으로 자기 회사 지배구조에 손을 댄 것이다. 버핏 회장은 이날 주총 후 기자회견을 갖고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기업지배구조에 부응하기 위해 독립적인 새로운 사외이사들을 선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우리(버크셔해서웨이)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이사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들을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이 '독립 사외이사 선임'을 공식 언급한 것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이사들이 대부분 측근으로 구성돼 투명성에 문제가 많다는 비난이 월가에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 최대 연기금펀드로 버크셔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캘퍼스는 주총에서 4명의 이사가 독립적인 인물로 교체돼야 한다고 강력 주장,버핏의 '항복'을 받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버크셔해서웨이 이사 7명 중 5명(버핏 포함)이 혈연(부인 아들)과 사업(버크셔 소유 회사의 CEO 등) 등으로 얽힌 내부 인사여서 그동안 버핏 회장은 사업확대 투자 등에서 거의 독단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와 관련,블룸버그통신은 "사외이사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라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소 2명을 독립적인 인물로 교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 버크셔해서웨이 이사진 중 독립적인 이사는 현재의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편 버핏 회장은 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올해 주식투자 수익률은 연 7% 정도로 기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올 경제성장률(3%)과 인플레(2%) 등을 감안할 때 이 정도 수익률이 적정한 수준"이라며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