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업계에서 90nm 양산에 가장 먼저 돌입,반도체 업계 1위인 인텔을 비롯한 라이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됐다. 특히 플래시메모리 시장 공략에 본격 착수,인텔과의 일전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황창규 사장은 "올해가 메모리시장의 일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회사에 3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만들어준 그는 "2.4분기도 반도체 시장 전망이 좋지 않지만 삼성전자는 시장을 만들어가는 리더십으로 변함없이 이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나노기술 선도 반도체 업계를 이끌어가는 리더십 중 하나는 공정기술이다. 반도체업계 1위인 인텔,메모리업계 1위인 삼성전자,생산기술 면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 파운드리(수탁생산)업계 1위인 대만의 TSMC 등 반도체업계 선두주자들간에 90nm 양산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했다.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나노기술을 발표했지만 부분적으로 적용하거나 파일럿생산 수준에 그쳤었다. 지난 2월 미국에서 개최된 '일렉트로닉 서밋 2003' 컨퍼런스에서 인텔과 TSMC는 올해 하반기나 연말이 돼야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TSMC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 그만큼 나노기술을 실제 생산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중 3백㎜ 웨이퍼 전용라인인 12라인에 90nm 공정을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70nm 양산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 0.12㎛(마이크론미터·1백만분의 1m)에서 90nm로 줄면 칩의 크기가 25% 줄어들 뿐만 아니라 웨이퍼(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원판) 한 장당 생산되는 칩의 개수는 33% 늘어나게 된다. 경쟁업체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크게 높아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플래시메모리 시장공략 황 사장은 지난 3월 결산을 마친 일본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플래시메모리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NAND(데이터저장형) 플래시메모리에 비메모리 칩을 덧붙여 휴대폰 PDA(개인휴대단말기) 등 통신용 기기에 주로 쓰이는 NOR(코드저장형) 플래시메모리를 대체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이 속속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황 사장은 이 휴대폰용 플래시메모리와 모바일 D램 등 세가지 칩을 하나로 패키지한 제품이 일본 휴대폰업체들에 공급돼 이달부터 시판되는 3세대 휴대폰에 장착된다고 말했다. 또 휴렛팩커드(HP)의 PDA인 iPAQ에도 NOR형을 대체하는 2백56메가 NAND 플래시메모리를 장착한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가 노키아 모토로라 등 주요 휴대폰업체들과 함께 투자한 휴대폰 운용시스템 개발회사인 심비안도 삼성의 플래시메모리를 지원하는 운용체계를 채택했다. 용량이 크고 가격이 절반 이상 낮은 NAND 플래시메모리로 인텔이 장악하고 있는 NOR 시장을 공략,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함에 따라 인텔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사장은 삼성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NAND 플래시메모리 시장에서도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메모리카드용 대용량 제품 공급요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영상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용량이 갈수록 늘어난다"며 "소니와 마쓰시타는 2기가바이트와 4기가바이트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카메라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메모리카드 용량도 16메가에서 32메가로 두 배 늘리기 위해 일본 회사들과 협의하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