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로 인해 한국에도 최대 33억달러(약 4조2백60억원)의 경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 중국 홍콩 등 사스 위험지역에 수출하는 물량이 전체 수출규모의 50%에 육박하는데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가운데 이들 사스 위험지역 국민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기 때문이다. △ 수출이 문제 현대경제연구원은 24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사스로 인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내수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한국에도 만만치 않은 여파가 미칠 것"이라며 "사스 피해가 국내에 본격 확산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17억∼30억달러의 수출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국내 관광수입도 예년수준보다 10%가량 하락해 3억달러가량의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사스로 인한 국내 총 피해액은 20억∼33억달러에 달할 것이란게 현대연구소의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도 중국과의 수출계약중 상당 부분이 현지 박람회나 전람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사스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중국 광둥성에서 개최된 무역박람회에 참가한 외국바이어 수는 지난해 가을에 열린 행사의 10% 수준에 불과했고 수출주문도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규인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차장도 "일본의 신코종합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일본의 실질 수출증가율이 0.3∼0.4%포인트가량 둔화될 것으로 추정됐다"며 "한국은 일본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비중이 크고 대중국 수출비중도 커 일본에 비해 피해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수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다. △ 성장률 둔화 불가피 영국 HSBC증권은 사스가 아시아 각국의 GDP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자료를 통해 한국은 사스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증권도 4%대 초반에서 3%대 후반으로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사스가 국내에 확산될 경우에는 수출감소 이외에 △외국인 투자축소 △내한 관광객 급감 △내수 침체 가속 등으로 인해 성장률이 크게 악화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점쳐졌다. 강승호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에 사스 환자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전염된 환자수가 급증하면 국내 경제가 급격히 위축될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예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