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기업인 진로가 원금상환을 앞두고 CRC(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등에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지원, 수천억원대의 자사 채권을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진로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골드만삭스 계열 세나인베스트먼츠는 24일 진로가 이달초 법원에 제출한 `채권매입실적 현황(2002년 12월27일 현재)' 자료를 인용,진로가 지난 2000년 12월부터 작년 10월까지 모두 24 차례에 걸쳐 장부가 2천481억원어치의 자사 채권을 1천508억원(할인율 39%)에 사들여 CRC 전문 C사, H투자자문사,J상호저축은행 등에 분산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로는 예금담보 제공, 사모전환사채(CB) 매입, 현금 예치 등의 방법으로 이들회사에 자금을 대주고 자사 채권을 사들이도록 했다고 세나인베스트먼츠는 덧붙였다. 그러나 진로가 스스로 법원에 보고한 이 `채권매입실적 현황' 자료에는 지난 2월 H투자자문사를 통해 H유동화전문유한회사로부터 매입한 1천746억원 어치의 채권이 빠져 있어, 진로가 사들인 것으로 추정되는 자사 채권은 장부가 4천227억원 규모에 이른다고 다른 채권사 관계자는 말했다. 이는 진로가 작년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밝힌 전체 채무액(1조8천19억원)의 24%에 달한다. 이처럼 채권 매입에 관련된 것으로 지목된 회사중 C사와 J상호저축은행, 그리고H사로부터 최근 진로 채권을 신탁받은 H은행 등은 법원이 10개 채권사로 구성한 채권단협의회에 포함돼 있으며 세나인베스트먼츠는 이들 회사를 채권단협의회에서 배제해줄 것을 법원에 공식 요청했다. C사와 H사는 법정관리 신청 접수 다음날인 지난 4일 `법정관리 반대'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는데, 진로가 50여개 국내 채권자들을 모아 놓고 첫 채권단 회의를 가진것은 이보다 5일 뒤인 지난 9일이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H투자자문사의 경우 작년 2월 자본금 5천만원으로 설립됐고 눈에 띄는 사업실적도 없는데 진로 채권을 2천억원 이상 사들였다"면서 "진로가법원에 제출한 회사 현황자료와 사업보고서 등 공개 자료를 분석해봐도 진로가 이들회사에 채권 매입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진로의 김영진 홍보상무는 이와 관련 "(원금상환에 앞서) 우호적 채권사들을 확보하고 적대적 인수.합병 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C사,H투자자문사 등에 채권 매입자금을 지원했다"면서 "그러나 실제 지원액은 800억원 정도고 나머지 자금은 우리와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