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입법추진중인 증권집단소송법이 국회를통과하더라도 적시된 소송대상중 분식회계 분야는 시행이 1∼2년 가량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1일 "여야 정당간에 과거부터 오랫동안 누적됐던 분식회계를 당장 소송대상으로 하면 기업경영과 금융시장에 걷잡을 수 없는 악영향을 가져올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국회논의과정에서 '분식회계조항 시행유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분식회계를 용인하자는 것이 아니라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에서보듯 과거의 분식을 털어내지 못한 기업들이 상당수 있을 가능성을 감안해 1∼2회정도 회계연도가 지날 때까지 수정할 기회를 주자는 의미"라며 "증권집단소송을 반대하던 한나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그같은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는 현재 제출된 법안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라 수정여부는 전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해당기간이 지나면 털어내지 못한 과거의 분식이라도 소송대상이 될 수 있으며 유예기간을 준다는 의미에서 과거문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회계 사면'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 18일 ▲무고시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공탁금제 ▲법원의 소송허가외에 금융감독기관의 전심 ▲손해액 산출근거 명확화 등의 조치가 선행되면 증권집단소송제를 수용하되 대신 소송대상중 분식회계는 이를 정리하기 위해일정기간 시행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정이 이뤄질 경우 정부의 제출안에 부칙을 두는 형태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이뤄질 경우 대외적으로 강조해온 '개혁의지'를 퇴색시키고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오랫동안 상당한 수준의 분식회계를 해왔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기업부담'을 내세운 재계의 요구만을 수용해 실제 소송제기가 불가능할정도로 '남소방지 장치'만을 확대한 뒤 분식회계마저 털어낼 기회를 일방적으로 부여한다면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의 의의가 사라지게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대주주의 다른 불공정행위와 달리 분식회계는 한 번의 적발이나 제재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책판단이 대단히 어렵다"며 "증권집단소송법 수정이 아니라도 누적된 분식회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