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기업들의 연구개발(R&D) 등 '미래 투자'가 외국 경쟁기업들에 비해 크게 부진,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채산성이 낮은 사업에만 몰두하고 고가품보다는 중저가제품의 생산에 치중, 외국기업에 비해 실속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6일 '2002년 기업실적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11개 주요 업종별로 국내외 대표기업을 2개(전자업종은 5개)씩 선정, 수익구조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 허약한 성장기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햇동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각 업종의 대표기업 25개사가 R&D에 투입한 금액(총 50억달러)이 미국 자동차회사인 GM 1개사의 연간 R&D 투자액(51억달러)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R&D 절대액뿐만 아니라 매출액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외국 경쟁기업에 비해 열세였다. 국내 화학 대표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평균 R&D 비중은 2.1%인 반면 해외 경쟁회사인 듀폰과 바스프는 이보다 두 배이상 높은 평균 4.5%에 달했다. 자동차업종에서도 국내 간판기업들의 평균 투자비중(1.4%)이 GM과 도요타의 평균치(3.6%)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쳤다. 서지용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선진기업들이 집중 투자하고 있는 정보기술(IT) 바이오 등의 산업에 과감하게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실속없는 국내 기업 해외기업들에 비해 국내 대표기업들의 R&D 투자가 소홀한 것은 국내 기업들이 채산성이 낮은 사업에만 매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국내 대표기업 25개사의 지난해 매출총이익률(매출액-매출원가)은 21.6%로 해외 대표기업(32.1%) 25개사의 평균치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같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한국 기업들이 훨씬 많은 돈을 투입한다는 얘기다. 업종별로도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는 매출총이익률이 40%에 못미치는 반면 해외업체는 80%를 웃돌았고 화학 건설 정유 등도 두 배가량 격차가 벌어졌다. 김성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인터브랜드사가 선정한 세계 1백대 브랜드에 한국은 삼성 1개사만 포함될 정도로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며 "한국 기업들이 기능 위주의 중저가전략에서 탈피해야만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순이익률 증가는 일시적 매출총이익률은 외국기업에 비해 낮은 반면 지난해 순이익률은 한국 기업(8.1%)이 외국 우량기업들(3.4%)보다 두 배 이상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보긴 힘들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매출총이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순이익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한국기업들이 판매관리비 등 매출원가 이외의 비용을 대폭 줄이고 저금리로 인해 금융비용이 감소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