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말레이시아, 태국 등 한때 금융위기를 겪었던 아시아 5개국의 주식시장이 올 1.4분기에 실적 저조로 다시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14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시아의 선발 이머징 마켓으로 위기를 경험한 이들 5개국의 주식시장이 지난해 두자릿수 수익률을 올렸으나 올들어 지정학적 위기와 북핵문제, 테러위협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악화됐을 수도 있는 경제적, 재정적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러나 현재의 부정적 분위기는 과장됐을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자본시장과 역내 무역, 투자 등에 대한 유인책이 채권의 신용등급과 주식시장의 상승에 대한 새로운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시가총액 2천500억달러 규모로 역내 최대 주식시장인 한국은 북핵사태와 일련의 주가조작 및 회계부정 사건으로 초래된 개혁의지의 퇴색에 직면하면서 가장 심한 재평가를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타임스는 세계 주요 석유 수입국중 하나인 한국은 이라크전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몇 년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면서 노무현 정부가 노동과 사회정책을 강조하면서 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우려하는 가운데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치는 3%로 당초보다 절반이 깎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은행들이 주택담보 대출과 신용카드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가계대출은 GDP의 70%까지 가파르게 증가했으며 금융당국은 카드회사가 부도를 피하려면 수십억달러의 구제기금과 함께 미결제된 주택담보 대출의 청산을 위한 1년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고 타임스는 밝혔다. 아울러 주요 은행들의 주가는 국가 신용등급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되면서 곤두박질ㅁ쳤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또 1천200억달러 규모의 주식시장을 갖고있는 말레이시아도 주력 수출업종인 전자제품의 수출 부진으로 침체를 겪었으며 필리핀, 인도, 태국 등의 주식시장도 다수의 정치경제적 우려가 겹치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이들 5개국이 처해 있는 다양한 상황은 이 지역에서 진행되는 전반적인 발전을 고려하면 결국 긍정적인 방향으로 귀결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 이외의 나머지 4개국을 사회적 기준미달 등을 이유로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던 미국 최대 연기금펀드인 캘퍼스(CalPERS)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 지역을 다시 편입시킬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광범위한 제품에 대해 관세 인하와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아시아자유무역 협정이 지난 1월부터 발효됐고 중국과의 별도 협정은 오는 2005년까지 체결되고 `동남아시아 채권시장'의 설립을 핵심으로 하는 금융시장의 일부 통합도 예상된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결국 이 지역에 대한 열기가 식으면서 해외 자금은 이탈하고 있지만 역내 대체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신문은 결론지었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