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은 신개념의 국제질서를 세우기 위해 또 다른 전쟁 리스트를 작성 중이다."(10일자 뉴욕 타임스) 미.영 연합군이 지난 9일 이라크의 심장부 바그다드를 완전히 점령, 이라크 전쟁이 초단기에 막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세계의 눈은 뉴욕 타임스의 지적대로 또 다른 전쟁에 주목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의 끝은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사담 후세인 정권 축출이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출발했다고 보기에는 국제 정치와 경제 상황이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카스피해를 중심으로 하는 석유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라크 전쟁은 독재정권 축출보다 이라크의 석유와 파이프라인 확보라는 측면이 더 강한게 사실이다. 세계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할 때 국가간 '협조'보다는 '갈등'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세계경제가 안고 있던 펀더멘털(기초체력)의 취약성이 이라크 전화(戰禍)에 묻혔으나, 종전과 함께 세계 각국은 금융 및 통상정책을 통해 침체된 경제 회복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시사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조만간 달러 대 유로 간에 환율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점쳤다. 우리에게는 세계의 관심이 북한 핵문제로 쏠리는 것이 큰 부담이다. 결국 이라크 전쟁은 급격한 국제질서 변화의 신호탄이다(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 그 속에서 약소국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머리를 모아야 할 때인 것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