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기라서 보험가입마저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설계사들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98년 당시보다 요즘의 보험판매가 더 어렵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카드대금을 연체하는 사람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실에서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험은 절대 사치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엔 갖가지 위험이 도처에 널려있다.


아이러니컬한 얘기지만 사회의 발전속도가 빨라질수록 이같은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듯하다.


멀리 볼 것도 없다.


2백여명의 희생자를 낸 대구 지하철 참사라든가, 어린 초등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합숙소 화재 사건 등은 '사건.사고'가 우리 이웃처럼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디 그뿐인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처럼 느닷없이 등장해 인류를 순식간에 공포로 몰아넣는 질병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런 질병에 대한 대처능력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어느 누구도 질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가족의 안전과 행복을 지켜내는 데는 보험이 제격이다.


보험이 질병과 재해를 막진 못하지만 질병과 재해로 인한 신체적 고통을 덜고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데 보험만큼 도움되는 것도 없다.


봄철을 맞아 보험사들이 잇따라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요즘 보험사들이 내놓는 신상품은 건강보험, 어린이보험, 간병보험, 교통상해보험 등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으면서도 보장을 강화한 상품이 주류를 이룬다.


경기침체로 빠듯해진 가계생활을 고려한 상품판매 전략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종신보험 판매가 포화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분석되면서 상품을 다변화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마을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는 도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삼성 애니타임 상해보험'을 개발, 판매에 나섰다.


교보생명은 물가상승을 고려해 보험가입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각종 수술비와 입원비, 치료비 등의 보험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신개념 건강보험인 '교보건강보험'을 선보였다.


AIG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상해치료비와 교육비를 함께 보장하는 어린이보험을 내놓았다.


대한생명의 경우 자녀 출생부터 양육까지 발생 빈도가 높은 질병과 재해에 대해 중점 보장하는 어린이 전용 '무배당 대한사랑나무 건강보험'을 판매한다.


이밖에 삼성화재 동부화재 신동아화재 등은 노령화 사회 진전에 따라 노후건강 자금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려는 수요가 클 것으로 보고 장기간병보험 판매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또 SK생명 ING생명 등 일부 생보사들은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비싼 보험료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을 위해 보험료가 종신보험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정기보험 신상품을 내놓으며 유혹하고 있다.


물론 보험을 이것저것 다 들 수는 없다.


알고 지내던 설계사가 권한다고 해서 보험에 가입하던 시대도 지나갔다.


보험에 가입할 때엔 가정의 경제능력과 가족들의 위험노출 정도 등을 감안해 맞춤설계를 해야 한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자녀를 둔 고객이라면 어린이보험이 필요할 터이고, 본인의 노후를 걱정하는 입장이라면 장기간병보험이 어울릴 것이다.


또 대중교통수단을 자주 이용하는 경우엔 혹시 있을지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 교통재해상해보험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가입해도 그만, 가입하지 않아도 그만'일 수 있는게 이들 보험이지만 가입해 두면 언젠가 힘이 되는게 또한 보험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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