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으로 불리는 괴질로 아시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고 아시안 월 스트리트저널(AWSJ)이 3일 보도했다. 저널은 투자은행들이 괴질 때문에 올해 아시아 지역의 경제 성장률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한 증권사는 괴질이 이라크전보다 아시아 경제에 더 큰 타격을 가할 것으로 진단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투자은행인 BNP파리바 페레그린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괴질이 이라크전보다 '틀림없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규정하고 올해 아시아 각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0.4~1.5% 포인트 내려 잡았다. 보고서는 "괴질로 관광산업을 비롯한 연관 산업이 장기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항공, 호텔, 무역, 소매, 부동산 부문이 괴질 신드롬으로 부정적 영향을 입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7.4%로 유지했지만 괴질이 중국의 국내외 관광에 여행을 미칠 경우에는 최대 1% 포인트가 낮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의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증권도 보고서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을 5.1%에서 4.5%로 하향조정했다. 모건 스탠리는 인도네시아의 성장률 전망을 당초보다 0.2% 포인트 낮추고 관광 의존도가 높은 말레이시아에 대해서는 1.1% 포인트를 깎아내렸다. 이같은 전망은 괴질의 충격이 1분기 동안만 지속되는 것을 전제한 것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모건 스탠리의 앤디 시 연구원은 "괴질이 2분기 동안 지속되면 성장률 둔화 폭은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사태는 지난 1998년의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심각하며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스탠더드 차터드은행도 고객들에게 발송한 투자 보고서에서 이번 괴질로 홍콩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하고 "괴질 때문에 외국인들의 방문과 소비 지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호텔, 식당, 상점 등의 매출 손실이 홍콩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일부 여행사의 사업 규모가 90%나 감소했고 교통량도 50% 줄었다고 설명했다. 뉴욕에 있는 골드만 삭스의 경우, 괴질 공포가 연중 내내 지속되면 홍콩의 경제 성장률이 0.7%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고 늑장 대처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0.5% 포인트를 낮춰 6.5%로 조정했다. 한편 저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전날 홍콩과 중국 광둥지역에 대한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고 전하고 만약 WHO가 아시아 전지역을 여행 기피 지역으로 권고할 경우에는 역내 여행업계의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