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다시 거세질 조짐이다. 외환위기 이후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갖춘 대기업들은 물론 은행 증권사 등 금융업체들도 간부급을 중심으로 인력감축에 나섰다. 또 많은 기업들이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일 계획이어서 실업난이 큰 사회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으로 인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문제 등으로 대외 경제여건이 불안한데다 내수마저 위축되자 최대한의 비용절감을 통해 불투명한 향후 경기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외환위기 직후에도 감원하지 않았던 포스코는 지난해 과장급 이상 89명을 퇴직시킨 데 이어 올해도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아 1백여명을 줄일 방침이다. 포스코는 희망퇴직과 함께 퇴직조건부 전직(轉職)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도 지난 2년동안 8백여명을 줄인데 이어 최근 간접 지원부문을 아웃소싱해 1천3백여명의 직원중 2백명을 추가로 내보낸다는 방침을 노조에 통보했다. 정보기술(IT) 업계도 슬림경영에 나섰다. 온세통신은 지난 24일 경영지원 부문의 유사업무를 통폐합,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이를 통해 정규직 10%를 감축했다. 3년전 국장급을 3년 계약직으로 바꿨던 KT는 올해초 50대 국장급 약 2백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삼보컴퓨터는 안산공장의 PC제조라인 분사 등을 통해 직원을 20%가량(약 3백명) 줄일 계획이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은행들은 인력감축과 함께 본부 인력을 슬림화하고 있으며, 증권사들은 명예퇴직과 함께 수익위주로 조직을 개편하고 있다. 지난해말 4백70명을 희망퇴직시켰던 국민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20개 본부 85개 팀으로 구성됐던 본부조직을 14개 본부 63개 팀으로 대폭 축소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본부인력을 60명 정도 줄인데 이어 최근 20명을 감축해 영업점으로 배치했다. 한화증권은 최근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 투자상담사도 대폭 줄였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량 대기업들도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2백~3백명 가량 줄일 예정이어서 청년 실업난이 심화될 전망이다. 대부분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맞아 대폭 감원을 단행한 이후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갖춰 우수한 인재는 적극 유치하되 대규모 채용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인건비 증가요인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면서 생산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곳으로 인력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인력의 효율적 운용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통계청이 집계한 올 2월 실업률은 지난해 2월(3.8%) 이후 1년만에 가장 높은 3.7%로 치솟았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