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선은 불타고 있지만 후방에서는 이미 전후 복구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장.단기전에 상관없이 전쟁은 연합군의 승리로 끝날 것이란 기대성 관측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대 1천억달러에 달할 전후 복구사업을 노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준비작업도 본격화됐다. ◆ 미국이냐, 유엔이냐 복구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업과 정부들의 당면 관심사는 전후 복구작업의 주체가 누가 되느냐이다. 그에 따라 사업참여 기회와 규모,복구비지원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까닭이다. 전쟁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 등은 자신들이 복구사업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독일 프랑스 등 비참전국들은 유엔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지난번 걸프전 복구사업과는 전혀 다르다. 그때는 해방된 쿠웨이트정부가 복구작업의 주체였고, 쿠웨이트의 자체 복구비도 충분해 별 문제가 없었다. 미국의 앤드루 나치오스 국제개발처장은 25일 "미국이 전후복구사업을 주도해야 한다"며 미국의 복구사업 주도권 행사방침을 공식으로 밝혔다. 미국이 막대한 전비와 인력을 투입해 이라크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전후 복구사업도 미국의 몫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루이 미셸 벨기에 장관은 "유엔이 전후복구 작업을 주도해야 한다"며 미국의 주도권행사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앞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최근 "미국의 독단적인 이라크 재건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유엔만이 이라크재건을 책임질 유일한 기구라고 강조했다. ◆ 복구비는 어떻게 마련하나 부시 미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한 전비예산안에 따르면 미 정부가 책정한 복구비는 전체 전비(7백47억달러)의 2.2%인 17억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라크석유 수출대금과 후세인의 재산 등으로 복구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1천억달러에 이를 복구비를 모두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후 이라크가 하루평균 2백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할때 수출액은 한달에 약 15억달러, 1년에 1백80억달러다. 여기에 20억달러로 추정되는 후세인 재산을 합쳐도 전후 1년간 마련할수 있는 복구비는 2백17억달러 정도다. 따라서 나머지는 미국이 좀 더 내고 유럽 각국과 일본 등이 분담해야 할 상황이다. ◆ 미국이 대부분 사업 차지할듯 미 정부는 이달초 유전시설 복구등 1차 전후복구사업에 7개의 미 기업들에만 입찰자격을 줬다. 그 결과 핼리버튼사가 사업자로 낙찰돼 유정화재진화및 유전복구사업을 맡게 됐다. 전문가들은 미 기업들이 전체 복구사업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라이스대 공공정책연구소는 유엔이 복구사업 주체가 되더라도 절반정도는 미국 차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는 복구비 분담규모 및 전쟁참여 정도에 맞춰 배분될 전망이다. 지난번 걸프전때도 그랬다. 약 1천억달러에 달했던 쿠웨이트 복구사업에서 미 기업들이 3백건의 사업중 2백건을 차지하고, 다국적군에 참여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70여건, 나머지는 기타 국가들에 돌아갔다. 일본 등 아시아국가들은 주로 하청형태로 복구사업에 참여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