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업계는 이라크 전쟁의 타격으로 경영난이 심각하게 가중되고 있다면서 미 정부가 긴급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항공사들이 9.11 테러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전쟁이 터짐으로써 주가가 폭락하고 일부의 경우 도산까지 우려된다면서 당국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 항공이 파산 보호를 신청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미 지난해 12월 파산 보호를 신청한 후 회생에 안간힘을 써온 세계 2위 항공사 델타 항공은 아예 청산될 지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요 호텔들도 투숙객이 크게 줄어들면서 역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은 빠르면 금주중 항공업계 지원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들이 24일 전했다. 미 당국은 9.11 테러 후에도 항공업계 지원책을 내놓은 바 있다. 전미항공운송협회(ATAA)측은 미 항공업계가 9.11 테러 이후 보안 등을 강화하면서 이미 40억달러의 추가 부담을 치렀다면서 이번에 이라크 전쟁까지 터지는 바람에 경영난이 더 심각해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지오반니 비시냐니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몬트리올에서 열린 업계 회동에 참석해 "항공업계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항공 교통이 1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지금부터 올여름까지만도 업계에 100억달러의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주요 항공사 주식도 속속 떨어져 컨티넨털은 24일 16.57%, 아메리칸은 15.97%가 각각 폭락했다. 델타도 14.22%가 빠졌으며 노스웨스트는 9.76%가 하락했다. 파산보호 상태인 유나이티드의 경우 4.71%가 떨어졌다. 이런 와중에 아메리칸 항공은 파산 보호를 신청해야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항공사 컨설팅 전문기관인 에이브마크의 바버라 베이어 사장은 "아메리칸이 파산 보호를 신청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노사간에 경비절감 합의가 이뤄지면 법원 신세를 지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어는 그러나 "유나이티드의 경우 파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애비에이션 어소시에이츠의 존 애시 사장도 "유나이티드가 파산할 확률이 60%"라고 분석했다. 베이어는 "유나이티드가 파산할 경우 아메리칸의 회생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주요 호텔도 전쟁 여파에 허덕이고 있다. 셰라톤과 웨스틴 브랜드를 갖고 있는 스타우드 호텔 앤드 리조트 월드와이드측은 전쟁 변수를 감안해 올 1.4분기와 올해 전체 매출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회사 주가는 24일 11% 하락해 23.91달러에 거래됐다. 스타우드측은 "비즈니스가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위축돼 당황스럽다"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쟁으로 올겨울 에너지 가격까지 치솟을 경우 최소한의 매출도 올리기 힘들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힐튼도 이날 주가가 10% 빠졌으며 매리어트의 경우 하락률이 8%에 달했다. 이와 함께 여행사 주식도 폭락했다. 여행사 주식은 지난주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면 관광 수요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급등한 바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