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예상대로 미국의 일방적 우세 속에 진행되는 가운데 이것이 유럽경제 회복의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신중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24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되는 벨기에 경제 지표를 시작으로 이번주 잇따라 나오는 이탈리아, 프랑스 및 독일의 주요 지표들이 대부분 신중하나마 향후를 밝게 내다볼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들 지표가 어떻게 나오든지에 관계없이 기업과 소비자들이 이라크 전쟁의 결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를 취할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조기회복 가시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왔다. 국제 리서치 그룹인 4캐스트의 레이 애트릴 연구원은 전쟁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이 금융시장에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의 환경이 이미 바뀌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간 전쟁 위협으로 시장이 크게 위축됐으나 이제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면서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유가가 하락하는 한편 달러도 가치가 회복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런 가운데 그간 상대적인 안전 투자판이었던 채권 쪽에서 돈이 빠지기 시작했음도 지적됐다. 애트릴은 시장에 `신중한 낙관론'이 부상하고 있다면서 전쟁이 끝나면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그 근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영국군이 며칠 안에 바그다드로 들어가리란 관측이 나오면서 지난 21일 유럽증시 가늠자의 하나인 DJ 스톡스 50 지수가 4% 이상 급등한 점을 상기시켰다. 전문가들은 유로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벨기에 경기선행지수가 24일 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비즈니스 관련지수들이 잇따라 발표된다면서 이것들이 유로 경제가 `기지개'를 펼 것임을 뒷받침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특히 오는 26일 나오는 독일 민간경제연구소 Ifo의 3월 기업신뢰지수에 큰 관심이 몰리고 있다. 구서독 지역 기업인 7천명 가량을 대상으로 기업의 향후 투자 방침등을 조사해 발표되는 이 지수는 3개월째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Ifo 지수가 3개월째 상승할 경우 이는 유로권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경제 여건이 확고하게 회복세로 돌아섰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발표된 또다른 독일 민간경제연구소 경제연구센터(일명 ZEW)의 투자신뢰지수 역시 3개월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Ifo와 ZEW 지수 모두 3개월째 상승은 앞서 예상되지 않았다. ZEW 지수의 경우 Ifo와는 달리 투자분석가와 기관투자가 3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해 투자자 측면에서 경기 상황을 분석한다. 이 지수는 또 Ifo 지수가 3개월 앞까지 관측하는데 반해 향후 6개월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Ifo의 `선행지수' 격이기도 하다. 금주 나오는 프랑스의 INSEE 조사 결과도 관심거리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앞서 유엔 안보리의 이라크 2차 결의안을 놓고 미국과 첨예하게 맞선 것과 관련해 미 시장에서 자국 상품이 배척당하지 않을까를 놓고 전전긍긍해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프랑스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이것이 프랑스 경제성장률을 0.2% 정도만 잠식할 것으로 내다본다. 심리적인 불안만큼 실제 가해지는 타격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로권의 다른 나라에 비교할 경우 이런 정도로 미미한 타격이 가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나타나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프랑스측이 우려하고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베를린 dpa=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