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일본 출장갔던 길에 떡 만드는 기계를 사왔다.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그걸 이용하면 집에서 인절미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말에 "그럼 나도" 했던 것이다. 옆에서 누군가가 "얼마나 쓰겠다고 사느냐"며 말렸지만 한국엔 없다고 하는데다 모양도 신기하고 간편하겠다 싶어 넘어간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무거운 걸 들고 다니느라 고생, 입국할 때 휴대품 검사대에서 한마디 들을까 걱정,이래저래 힘들었지만 그래도 집에서 인절미를 만들어 먹을 즐거움을 생각하며 가져왔다. 온 식구를 불러모은 다음 시연하는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그럭저럭 떡이 완성됐다. 그러나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데다 콩고물도 없는 인절미는 아이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었다. 결국 한 번인가 더 이용한 뒤 수납장 속으로 들어갔다. 생활용품의 경우 이렇게 기껏 사들였다 몇 번 사용하지 않고 무용지물이 되는 수가 적지 않다. 새로운 걸 대하면 흥미로운 데다 편리해 보이고 따라서 자주 이용할 것 같아 구입하지만 막상 집에 갖다놓고 보면 생각만큼 유용하지 않거나 쓸 일이 많지 않은 수도 흔하고 그러다 보면 사용하고픈 마음도 시들해지기 때문이다. 헬스기기 또한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해마다 새해 또는 봄철이 되면 "올해엔 어떻게 하든 군살을 빼겠다" 혹은 "근사한 몸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헬스클럽에 등록하거나 헬스기기를 장만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통업체에서 '결심상품전'이라는 이름으로 헬스기구 할인판매 행사를 기획할 정도다. 하지만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몇 달 못가 그만둔다. 몇 년 전 크게 유행했던 유산소운동기(일명 금붕어)나 AB슬라이드는 물론, 사이클과 전동벨트마사지기, 심지어 헬스클럽에 등록만 하고 안가느니 집에서 틈틈이 해보겠다며 '거금' 주고 마련한 러닝머신까지 한쪽 구석에서 잠자는 가정이 적지 않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유행할 때는 그것만 있으면 밤낮없이 열심히 해 살도 빼고 멋진 몸도 만들 것 같지만 정작 실천하기는 쉽지 않고 그러다 보면 괜스레 자리만 차지하는 골칫덩어리로 버려두기 십상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집에서 먹거리를 제조 또는 재배할 수 있는 알뜰 생활용품이 잘 팔린다고 한다. 외식을 줄이고 가정에서 뭐든 직접 해먹으려 하는 까닭일 것이다. 실제 가정용품 코너에 가면 없는게 없다. 제빵기 두부제조기 콩나물제조기 청국장제조기 튀김기 두유제조기 요구르트제조기 녹즙기 붕어빵틀까지 다양한 기기들이 나와 있다. 손수 재배하거나 만들면 적은 비용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시중에서 판매하는 기성제품보다 마음 놓이는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헬스기기나 생활용품을 구입할 때는 한번쯤 더 생각하는 것도 괜찮다. 아무리 눈길을 끌고 유용할 것 같아도 실제 '꼭 쓸 건가' '얼마나 자주 필요한가' 등을 꼼꼼이 확실히 따져본 뒤 사도 늦지 않다. 주방기기의 경우 자주 열심히 사용하면 엄마와 아내의 정성으로 가족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비용도 절약하고, 건강에도 좋은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돈도 돈이려니와 '닦아야지, 자리 차지하지, 이사할 때 짐되지' 이래저래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헬스용품 역시 마찬가지다. 잘 쓰면 근사한 몸, 날씬하고 균형잡힌 몸매를 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치곤란품이 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가정용품은 되도록 간단한 걸 사는게 좋다. 기능이 다양하면 아무래도 값이 비싸지는데 실상 이용하는 건 몇 가지뿐인 수가 많은 만큼 처음부터 과감하게 단순하고 싼 것으로 고르는 것도 괜찮다. 부자가 되려면 적극적 수입(소득)도 늘려야 하지만 알뜰하고 합리적인 소비로 소극적 수입(절약)도 증대시켜야 한다. <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