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발발하자 국내 기업들은 중동지역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본사 대책팀을 가동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기업들은 미리 짜둔 계획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황과 환율 유가 금리 등 주요 경제동향을 점검하고 있으며 불요불급한 비용감축과 투자축소,현금유동성 확보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유업계=SK㈜ LG칼텍스정유 등 정유업체들은 24시간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원유수급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내 석유비축량은 정부와 민간 합쳐서 1억3천9백56만배럴로 97일분. 2천3백만배럴(판매량 기준 60일분)을 비축하고 있는 SK㈜는 본사와 미국 휴스턴,영국 런던,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등 지사를 연결,24시간 감시체제를 가동했다. SK㈜는 21일 쿠웨이트에서 원유를 선적키로 해 이들 유조선이 호르무즈해협을 제대로 빠져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는 나이지리아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다양한 지역에서 원유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LG칼텍스정유도 그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원유공급선들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항공업계=항공사들은 중동 지역을 포함한 국제노선 운항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개전 즉시 항공보안으로는 최고 단계인 3단계를 발령하고 다음주부터 인천~카이로 노선에서 철수키로 했다. 또 5월말까지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시카고 뉴욕 취리히 등 모두 29편의 운항을 줄이기로 했다. 승객 탑승률이 낮은 노선은 중소형 여객기를 교체 투입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괌 노선을 오는 30일부터 9월29일까지 일시 운항 중단하고 국내선의 경우도 김포~목포,김포~여수 노선은 하루 1회씩,김포~부산 노선은 주 6회 감편키로 했다. ◆해운업계=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적 외항선사들은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중동항로를 운항중인 선박 동향 등을 수시 점검하고 있으나 수송로 확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럽으로 향하는 일부 물자는 하주들의 요청에 따라 페르시아만을 거치지 않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우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운임과 전쟁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유가할증료 인상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유가할증료의 경우 4월1일부터 미주항로에 대해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93달러에서 1백15달러로 올리고 구주항로도 TEU당 97달러에서 1백12달러로 인상할 예정이다. 또 선가의 0.04%선에서 부과되고 있는 전쟁보험료 인상시 하주와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역업계=KOTRA는 전 해외무역관을 비상체제로 가동하고 각국의 전쟁 관련 정보를 실시간 취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도 '미·이라크 비상대책반'을 구성하고 이라크를 비롯해 중동지역 국가와 교역하고 있는 무역업계들의 피해상황을 접수중이다. 삼성물산은 본사 16층에 비상대책반을 설치하는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재원 가족들을 귀국시켰다. LG상사는 UAE 두바이 지사장을 중심으로 비상연락 체제를 구축하여 전쟁 확산에 대비하고 있으며 중동 바이어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수주해놓은 프로젝트 일정도 재점검했다. ◆전자업계=삼성전자는 두바이에 비상대책반을 가동했으며 전쟁이 확전될 경우 이라크 주변지역 25명의 주재원이 대피할 수 있도록 육로 및 항공편을 확보했다. LG전자는 두바이 지사에 상황실을 설치했으며 암만(요르단) 지사 주재원은 남아공지사로 대피토록 했다. 제다(사우디) 테헤란(이란) 카라치(파키스탄) 지사 주재원도 상황을 봐가면서 남아공지사로 대피토록 했다. ◆건설·화학=현대건설은 쿠웨이트 공사현장에 남아있던 직원 2백75명에 대해 항공 및 육상교통편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로 철수시키고 있다. 현대건설은 전쟁으로 위험이 크기는 하지만 현장 보존을 위해 한국인 6명을 포함,34명을 계속 잔류시킨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불요불급한 투자를 억제하고 경비성 예산의 20%를 긴축하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정보통신업계=KT는 한국~이라크간 국제통화는 제3국을 경유해 소통시키고 이란 이스라엘 터키 등 피난민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국가에 대한 긴급 임시회선 구성을 검토중이다. 또 미국에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국제전화회선을 3백30회선 증설한 3천3백회선으로 구성하고 국방부 통신사령부 타통신업체 등과 협력해 이들 지역에 대한 트래픽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데이콤도 인터넷 접속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접속용량을 6백22메가 늘린 2.6기가로 운용하고 있다. 국제전화는 이라크보다는 중동국가와의 통화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1,2차 백업우회루트를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