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용카드사 대책은 연체율 급등에 이은 SK 분식회계 파문이 카드채권으로 이어져 신용카드사로부터 시작되는 금융위기 발생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책은 카드사들의 자구노력 유도와 각종 규제완화가 주요 내용이지만 이에따른 각종 수수료 인상 등이 불가피해 카드 이용자들에게도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또 카드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대책마련 배경 카드사 대책이 갑작스럽게 나온 것은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남발로 카드 연체율이 급등하는 등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SK 분식회계 사태가 터지자 카드채 유통과 발행에 어려움이 노출되면서 금융위기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1년말 3.8%에 불과했던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1개월 이상)은 지난해말 8.8%로 1년새 5%포인트나 올랐고 올 1월말에도 11.1%로 급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에 1조1천82억원의 흑자를 냈던 전업 카드사들은 하반기 1조3천69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올 1월에도 4천128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처럼 카드사들의 경영이 부실해진 것은 현금서비스 수수료 인하, 연회비 면제, 부대서비스 확대, 장기 무이자 할부 등 회원확보를 위한 카드사들의 출혈경쟁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이로 인해 신용불량자까지 양산되는 문제를 야기시켰다. 이같은 상황에서 SK사태까지 발생하자 카드사들은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에서 89조4천억원 상당으로 추산되는 카드채, 카드사 발행 CP.ABS 등의 유통 곤란으로자금 조달난까지 겪게 됐다. ◆대책 주요 내용 불안을 조성한 직접적인 원인이 카드사들의 경영부실인 만큼 이번 대책의 초점은 카드사의 강력한 자구노력에 맞춰졌다. 정부는 우선 카드사들에 올 상반기중 대주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하도록 했다. 현재 8개 전업사가 회사별로 1천억∼5천억원 수준의 증자 또는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중이어서 업계 전체적으로는 2조원 상당의 자기자본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과도한 할인서비스 및 장기무이자 할부 등 출혈업업행위 시정, 합리적인 연회비 책정, 물품결제시 무이자 신용공여기간 단축, 각종 수수료 조정, 회원모집비용등 영업비를 최대 40%까지 절감하도록 강도 높은 수지 개선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정부는 이같은 증자 등 자구노력 계획을 제출받아 금융감독원을 통해 이행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카드사들의 영업환경 개선을 위해 현금대출 비중 50% 준수시한 연장, 적기시정조치시 관리자산 기준 연체율 적용, 연체회원의 연체사실 직계가족 통보 가능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기로 했다. 카드사의 부실상각채권에 대한 일반 매각이 어려울 경우에는 자산관리공사 등을 통해 매각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또한 업계 공동으로 대환대출 취급 기준에 대한 조정과 카드이용한도의 단계적 감축을 유도해 연체율 증가를 억제하면서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도록 했다. 대환대출의 경우 일시적으로 자금 사정이 어렵거나 장래소득이 기대되는 연체자에 대해서는 대환대출을 통해 갱생의 기회를 제공하고 대환기간도 최장 5년 등으로 장기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신용불량자 급증의 한 원인이었던 다중채무자의 한도 제한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연체기간 및 규모 등에 따라 분기별 등 단계적으로 감축하도록 했다. ◆기대효과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카드사들의 수지가 개선되고 연체율 증가 둔화, 채권회수율 증가 등이 이뤄져 올 하반기 이후 카드사들이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카드사들의 재무 및 수익전망 개선으로 카드사에 대한 시장의 불안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자구노력 이행을 전제로 은행 또는 주거래은행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통해 카드사에 자금을 지원한 은행을 도와줄 계획도 갖고 있다. ◆문제점 이번 대책은 카드사 부실경영의 직접적인 원인이 없는 카드 이용자들에게도 부담이 돌아간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카드사들은 앞으로 영업비를 줄이기 위해 연회비 면제 금지 또는 인상, 신용공여기간 단축, 각종 수수료 인상, 회원모집비용 인상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의 부담이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직계가족에 대한 채무내용을 통보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군입대, 출국 등 '정당한 사유'로 1개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로 제한했지만 카드사들이 적극적인 채권회수에 나설 경우 이 기준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경기 부양을 위해 세제혜택 등 카드 사용을 장려했던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자 카드사의 건전성 기준을 강화했다가 다시 규제완화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등 정책 일관성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두형 금감위 감독정책 2국장은 "신용판매 증가 등이 예상과 다르게 나타나 일부 정책에 대한 보완이 불가피했다"며 "카드채권 등은 재무구조가 튼튼한 우량 빅3사가 발행한 게 대부분이어서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