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섬업계에 중국은 도전이자 기회이다. 우리나라에서 성숙 산업인 직물은 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성장 산업인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는 일본에서 주도권을 넘겨받았고 향후 중국에서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판도 변화에 대응,국내 섬유업계는 본업 대신 섬유 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한 타이어코드.필름 등 새 사업 투자를 늘리고 원사는 스판덱스 같이 상대적으로 이익이 많이 남는 제품의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섬유업계가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원칙은 미래 지향적인 전략 차원이다. 국내 대표적인 화섬업체 효성과 코오롱은 지난해 각각 수천만달러 규모의 중국 투자 방침을 발표했는데 섬유가 아니라 타이어코드가 대상이다. 원사와 섬유의 경우 싼 인건비를 보고 뛰어들기엔 현지 업체간에 이미 경쟁이 치열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반면 중국의 타이어코드 시장은 성장 여지가 충분하다. 아직까지는 미국과 유럽이 큰 손이지만 중국의 자동차 수요 급증과 원가 절감을 기대하고 타이어 메이커들이 대륙으로 몰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코오롱은 국내에 3만t 규모의 타이어코드 생산 설비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금호타이어 공장 인근인 장쑤성 난징시에 4천만달러를 투자,올해 하반기까지 연산 5천t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 "난징코오롱" 법인은 코오롱 그룹이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첫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코오롱인터내셔널은 중국내 미용 기기 유통,코오롱FnC는 잭니클라우스 현지 판매를 준비하고 있어 올해 계열사의 중국 진출이 잇따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지난 95년 일찍이 중국에 진출했던 효성도 올해 타이어코드로 현지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타이어 생산 시설과 인접한 저장성 자싱(嘉興)시에 법인을 만들었고 올해 하반기 연산 1만4천t씩 타이어코드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 공장에는 총 1억2천6백만달러가 투입됐다. 효성의 중국 사업은 코오롱보다 전방위적이다. 95년 페트병 제조를 시작해 현재 현지 코카콜라에 공급하고 있고 96년부터는 식음료점 임대업에도 손을 댔다. 향후 효성이 기대하는 수익원으로 타이어 코드 외에 스판덱스가 있다. 2001년 말부터 현지에서 연산 최대 4천t의 스판덱스를 만들고 있는 효성은 중국내 수요가 급증하자 당초 계획을 1년 앞당겨 증설에 착수했다. 총 8천7백만달러가 투입된 중국의 2차 설비가 오는 8월 완공되면 효성의 스판덱스 생산 능력은 2만6천t에서 3만4천t으로 늘어나 듀폰에 이어 세계 2위가 된다. 지난해 2만5천t의 스판덱스를 소비한 중국은 해마다 15%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듀폰도 중국에서 한창 증설을 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향후 공급 과잉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으나 효성은 현재 현지 생산이 중국 스판덱스 수요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증설 이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