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현금을 선호하고 신규 투자를 기피, 현금 보유액과 예금잔액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17일 내놓은 '제조업체의 현금 보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제조업체들이 갖고 있는 현금자산(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 포함)은 모두 46조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 말에 비해 41.1%(13조4천억원) 급증한 사상 최대치다.


제조업체의 총자산에서 현금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말(6.0%)보다 1.9%포인트 높아진 7.9%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전 6%대였던 제조업체의 현금자산 비중은 지난 99년 5.3%로 떨어진 이후 해마다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현금자산 선호 현상은 대기업에서 더욱 두드러져, 국내 매출 상위 13개 제조업체가 지난해 말 현금 11조8천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말(6조8천억원) 대비 73.5%나 급증한 것이다.


총자산 대비 현금 비중도 2001년 말 7.4%에서 지난해 말 12.0%로 4.6%포인트 상승,평균치(7.9%)를 크게 상회했다.


이와 함께 전체 기업(비제조업 포함)의 지난해 말 예금잔액(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은 1백25조3천억원으로 1년새 9조5천억원(8.2%) 증가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97년 말(45조8천억원)에 비해 약 3배로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다.


국내 기업의 예금잔액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말 56조1천억원에서 △99년 말 82조8천억원 △2000년 말 1백5조1천억원 △2001년 말 1백15조8천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김태석 한은 기업경영분석팀 과장은 "기업의 지나친 현금 보유는 기회비용이 따르므로 수익에 부정적"이라며 "특히 제조업체의 투자 부진이 장기화하면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투자가 다시 위축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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