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체의 예금자산이 125조원으로 사상 최대규모로 증가했다. 투자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제조업체의 현금보유액과 총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현금보유 현황'에 따르면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의 예금(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 잔액은 작년말 현재 125조3천억원으로 전년말에 비해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97년말에 비해 173%(79조5천억원) 증가한 것이다. 기업의 보유 현금과 예금은 외환위기 직전인 97년말 45조8천억원, 98년말 56조1천억원, 99년말 82조8천억원, 2000년말 105조1천억원, 2001년말 115조8천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기업의 현금.예금중 제조업체의 보유 현금(만기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 포함)은작년말 현재 46조원으로 전년말(32조6천억원)에 비해 41% 급증했다. 이에따라 제조업체의 총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말 현재 7.9%로전년말(6%)은 물론 2000년말(5.9%), 99년말(5.3%)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제조업체의 보유 현금이 크게 증가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경영합리화와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 결과로 수익은 크게 늘어난 반면 경기전망의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데 따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현금보유 확대가 안정적 기업활동을 위해불가피한 전략이기는 하나 지나친 규모의 현금 보유는 기회비용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수익성 제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제조업체의 투자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잠재력을 저하시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