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이라크 전쟁이 이달중 발발, 단기전으로 끝나더라도 '북핵' 등 첩첩한 악재로 인해 국내 경기는 당분간 뚜렷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기업들의 현장 진단이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연구원이 1백3개 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라크 전쟁을 '올해 경영의 중요한 변수'로 꼽고 있다는 응답기업이 전체의 60.4%였지만 '그다지 중요한 변수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39.6%에 달했다. 북핵 등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변수가 이라크 사태 못지않게 기업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다. ◆ '산넘어 산' 기업들 비관 미.이라크 전쟁이 끝나더라도 경기가 급속히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기업인들은 북핵 문제(44.0%)를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전쟁후 유가급등 가능성(15.5%)은 내수소비 부진 지속 가능성(33.3%)보다도 덜 우려됐다. 국내 기업들은 △정책의 불안요인 제거(72.1%) △주행세 탄력조정 및 석유안정기금을 통한 유가안정(70.9%) △기업투자 여건조성(20.9%) △비상시 긴급 금융지원(18.6%) 등을 정부대책(2개 복수응답)으로 꼽았다. ◆ 전쟁 발발하면 돈줄부터 죈다 전쟁 발생시 기업대응 전략(2개 응답)으로는 △금융경색에 대비한 효율적 자금관리(52.0%) △원가절감(47.1%) △현금 유동성 확보(36.3%) 등을 꼽아 국내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면 불확실성 제거에 따른 세계경기 회복(75.5%)과 세계 원유수급의 안정(16.7%), 중동지역 전쟁복구 특수(7.8%)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북핵'의 위협이 이라크 사태보다 국내 기업들을 더 크게 압박,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응답 기업의 56.4%가 전쟁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만들지 않았다고 밝혀 국내 기업들이 미.이라크 전쟁에 느끼는 위협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태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비상계획 발동으로 도움이 컸던 기업이 63.9%에 달했다"며 "위기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상경영 프로그램을 시급히 구축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 중동지역 수출은 위축될듯 전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응답(34.0%)보다 타격이 없을 것이란 응답(66.0%)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중동지역으로의 수출에는 적지않은 타격을 우려하는 응답이 많았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대(對)중동 수출은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영상기기 자동차부품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2001년보다 3.7% 늘어난 74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였다. 전쟁이 발발하면 월 평균 8백만달러 규모인 대(對)이라크 수출이 전면 중단되고 이라크에 인접한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의 수출도 상당부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현대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