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크간 전쟁이 임박하면서 중동에 주재하고 있는 국내기업 직원들이 철수하거나 인근 지역으로 속속 대피하고 있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7일 기자회견을 통해 강경 입장을 재천명해 전쟁 위험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을 넘을 것이란 예상마저 나오고 있어 항공 해운 석유화학 자동차 전자 등의 업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일단 원가절감과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갈 방침이지만 전쟁 발발에 따른 단기적 충격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기업들 대피 행렬=지난달까지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업체는 총 1백18개사. 이들 가운데 이라크 주재 현대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서브넥스 등 3개 업체의 주재원과 가족들은 이미 인근 요르단 암만으로 철수했다. 지난달 암만으로 대피했다가 이달 4일 일시 복귀한 정종래 KOTRA 바그다드 무역관장도 다시 암만으로 철수할 예정이며 한국인 유엔 직원과 유엔사찰단 직원도 10일까지 대피할 계획이다. 인근 이스라엘 주재 현대종합상사 삼성전자 LG전선 대우인터내셔널 4개사도 주재원과 가족들 모두 한국이나 이집트로 대피한 상황이다. 또 쿠웨이트의 현대종합상사 SK건설 두산중공업 대림 LG건설 현대중공업 등 6개사의 주재원 가족들도 모두 한국으로 돌아왔다. 주재원들은 대사관 지침에 따라 항공편이나 육로를 통해 인근 국가로 대피할 계획이다. 현재 쿠웨이트에는 약 2백30명의 한국인이 체류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요르단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LG상사 대우일렉트로닉스 대우인터내셔널 효성물산 현대자동차 아이텍스필 등 8개 한국기업이 주재하고 있으며 이중 현대자동차는 13일 이전 주재원을 대피시킬 계획이다. ◆업종별 영향=정유업계는 원유가격 상승과 공급차질 등으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원유가격은 오르는 반면 제품가격에는 제때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라크와 인접한 쿠웨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들여오는 원유의 공급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화업체들도 원유에서 뽑은 나프타를 기초원료로 하고 있어 원료가격 급등으로 큰 타격이 우려된다. 항공업계는 일단 중동노선에서 철수하면서 고유가에 따른 원가부담을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국내 항공업계의 원가부담은 연간 3백억원 정도 늘어난다. 배럴당 25∼36달러선을 기준으로 올해 경영계획을 잡은 항공업계로선 유가가 40달러선까지 치솟으면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벙커C유를 주로 사용하는 해운업계도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벙커C유 1?당 6달러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가전업계의 경우 수출에는 그다지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 생산원가도 3% 가량 높아져 수익구조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일훈·정태웅·김미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