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개발 파문 확산으로 인한 국가신인도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국내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경기부양을 위한 내수소비 진작책은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김병주 서강대 교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운찬 서울대 총장 등 경제전문가들은 북핵과 미.이라크 전쟁 등 외부 악재에 기업들의 투자 부진까지 겹쳐 국가위험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 미국과 공조 회복해야 김병주 교수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미국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며 "미국과 공조해서 해결하겠다는 노력을 보여줘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환율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에 민주노총이 파업을 얘기하는데 대통령이 나서서 자제해 달라고 얘기해야 한다"며 "국가위기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총파업은 안된다"고 말했다. 전철환 전 총재는 "한.미 관계는 대외적으로 표출이 잘 안되기 때문에 북핵을 둘러싼 갈등이 실제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남북관계 악화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미국과 북한의 협상에 매개적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캉페아뉘 사장은 "북한 핵 문제가 6∼12개월 정도 끌 수 있는 사안이지만 외국인들이 한국내에서 기업하는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을 '작은 리스크(small risk)'라고 본국에 보고했다"면서도 "(대외 관계 등)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확실하게 보장돼야 외국인 투자유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내수 부양책은 위험 김종인 전 수석은 "최근의 경기불안은 고유가와 세계경기 침체 등 외부요인의 탓이 큰 만큼 인위적인 부양책은 한계가 있다"며 "무리한 부양책은 문제를 곪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김대중 정부가 소비활성화로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신용불량자 양산에 이은 소비침체의 부작용만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안충영 원장은 "경기부양은 물가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사회간접자본 분야에서 재정집행을 늘리는 정도로 끝내고 이라크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위기상황일수록 섣부른 경기부양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신용카드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내수소비 진작책은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 기업 불안심리 해소 시급 전 전 총재는 "기업과 제도를 개혁할 필요는 있지만 굳이 '개혁'이라는 단어와 '재벌'이라는 단어를 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개혁에 대한 지나친 강조와 재벌의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정책들의 대부분은 유효경쟁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제도를 구현하자는 것"이라며 "집단소송제와 상속.증여세 포괄과세,순환출자 제한 등은 모두 제도 개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 총장은 "적자생존의 원리와 투명성을 지키겠다고 분명하게 말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중단없는 개혁을 강조했다. 안 원장은 "외국인에게도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며 "투명한 기업경영 체제와 국제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캉페아뉘 사장은 "한국 정부는 그동안 묵인해오던 사안을 놓고 어느날 갑자기 징계와 처벌을 내리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 등 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한국이 새 정부 구상대로 동북아 중심국가로 도약하려면 정책 및 제도의 일관성과 함께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가계대출 억제 재검토해야 김 교수는 이밖에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이 영세상공인들에게 나간 것"이라며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가계대출 부실 해결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전 총재는 "환율이 오르고 있지만 달러당 1천2백원 수준도 괜찮다"며 "가계대출 증가는 소비자의 지급능력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재정쪽에서 고용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 국가신인도 하락 대응책 전문가진단 ] 김병주 < 서강대 교수 > .북핵문제를 미국과 공조해서 해결해야 시장심리 안정될 것 .섣부른 경기부양은 곤란. 오히려 경제 체질을 악화시킨다 .구조개혁을 해야 하지만 기업 의욕을 꺾어서는 안됨 김종인 < 전 청와대 경제수석 > .현재 경기상황은 모두 외부 요인에 기인하는 것 .정책도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잘못 대응하면 곪는다 .경쟁력 제고와 경제의 효율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 안충영 < KIEP 원장 > .외부변수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 수단이 별로 없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압박할 것 .명확한 정책 방향을 설정, 국내외 투자자에게 신뢰 심어줘야 전철환 < 전 한은 총재 > .이라크전, 북핵문제 등 외생 변수는 손대기 어렵다 .재정 조기 집행의 방향은 좋지만 기업개혁과 맞물려 제약 .가계의 지급능력 위축, 재정통한 고용창출 필요 현승윤.김수언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