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테러 이후 불안해진 세계경제를 반영,다양한 경기진단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가장 먼저 거론됐던 단어는 지속적인 물가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다. 지난해 초부터 싱크탱크들은 세계경제가 "디플레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이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택한 데다 중국이 전세계의 생산공장으로 부상하면서 반도체,자동차,조선 등의 주요 제품이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작년 중반부터는 "더블딥"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미국 증시가 엔론사태에 이어 월드컴의 분식회계로 침체에 빠지자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미 경제가 하반기 중 짧은 회복을 한 뒤 다시 침체하는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금리를 동결하면서 디플레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로치는 올해 1월말 이라크전 가능성과 소비심리 악화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미국 경제를 "멀티 딥"이란 신조어를 통해 표현했다. 멀티딥이란 경제가 단기 회복과 단기 침체를 여러번 반복하면서 점차 불안해지는 것을 말한다. 최근엔 3월 이라크 전쟁 발발설이 퍼지면서 유가와 함께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경기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생산자 물가는 1.6% 올라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