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세계 금융시장은 빠르게 회복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언스트앤드영의 제임스 S 털리 회장(글로벌 체어맨)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엔론 월드컴 등 미국기업의 회계부정 사건이 세계 경제를 강타하면서 회계 투명성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털리 회장은 "미국에서도 주주들이 경영진에 대해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엔론사태를 계기로 기업과 최고경영자(CEO)의 회계책임이 대폭 강화된 만큼 책임경영과 회계 투명성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은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엔론사태 이후 미국에서는 자본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개혁이 잇따랐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기업과 금융당국, 회계법인 등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경영자의 책임이 강화되고 회계사의 독립성을 대폭 강화한 '사베인스 옥슬리법'이 대표적이다. 법안을 떠나 회사와 관련 기관의 행동 규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감사위원회의 책임도 많이 강화됐다. 회사 거래의 복잡성, 회계관련 규정, 경영 전략 등에 대해 감사위원들의 역할이 확충됐다. 재무제표에 대한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인증이 추진되면서 기업들은 각 사업장과 지사들로부터 회계 투명성과 회계 품질에 대한 리스크를 정확히 판단해 보고하는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CEO, CFO의 반응은. "이같은 제도개혁에 대해 초기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기업의 투명성과 내부통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생각들이 바뀌고 있다. 내부통제 및 책임감을 강화시키고 기업문화를 투명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이라크 전쟁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지도자와 주요기업 CEO를 만나면서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업인수합병(M&A), 자본시장 거래 등도 부진에서 벗어나는 추세다." -이라크 사태가 종결되면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얘긴가. "이라크 북한 등 지역 정치상황 외에도 고유가 경기사이클 등 복합 요인이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 회복을 단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한국은 4~5%대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도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최근 노무현 정부가 새로 출범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말해 달라. "북핵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현안을 잘 풀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코멘트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회계 투명성과 기업지배구조 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이슈는 아니다. 다만 지나친 규제는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데 약점이 될 수 있다."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기업은 물론 회계법인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언스트앤드영은 업무프로세스와 고객서비스 모든 과정에서 투명성과 정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객사를 유치할 때나 직원을 채용할 때도 높은 윤리기준을 적용한다. 회계사 훈련 프로그램이나 감사 기법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회계법인을 비롯 전세계적으로 11만여명에 달하는 직원이 똑같은 기준과 문화 안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혁 작업이 활발하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제도를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하나의 옷을 가지고 여러 사람이 입을 수는 없다. 미국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에 적합한 제도가 필요하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미국의 회계 기준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국제 회계 기준은 '원칙(Principles)'을 중시하는 반면 미국 회계 기준은 '규정(Rules)'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금융거래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양한 금융파생상품이 출현하면서 회계 기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원칙에 입각한 회계 기준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 언스트앤드영은 어떤 회사 ] 언스트앤드영(Ernst&Young)은 세계 2위의 회계법인이다. 이 회사는 지난 89년 미국 대형 회계법인인 아더영(Arther Young)과 언스트 위니(Ernst&Whinney)가 합병, 탄생했다. 현재 전세계 1백30개국, 6백70곳에 제휴법인(멤버펌)과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11만여명의 공인회계사 세무사 경영자문가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언스트앤드영의 지난해 6월말 현재 매출액은 10억달러에 달한다. 언스트앤드영의 국내 멤버펌인 영화회계법인은 67년 아더영의 서울사무소로 출발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5백90억원을 기록했으며 직원 수는 5백62명이다. 2001년 4월부터 오찬석 대표이사가 영화를 이끌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