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고의로 카드빚을 갚지 않는 '양심불량' 채무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채무자 중 상당수가 카드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재산을 친척 명의로 돌려놓거나 주소를 자주 이전하는 등의 방법으로 카드사의 채무변제 독촉을 교묘히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자신이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또는 신청 예정자라며 오히려 카드사에 채무변제 독촉을 중단토록 요구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작년 연말부터 카드빚을 고의로 갚지 않는 양심불량 채무자가 급증하기 시작해 현재 카드사 별로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각 카드사 채권팀은 채무변제 독촉과 함께 채무자의 숨겨진 재산을찾느라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 지난 1월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 채무변제 소송을 제기한 건수가 전월에 비해 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A카드사에 2천400여만원의 카드빚을 지고 있는 김모(42.여)씨의 경우 지난해 미용실과 미용학원을 남편과 아들 명의로 돌려 놓고 1년 가까이 카드빚을 갚고 있지않다. 김씨는 카드사에 줄곧 `빚 갚을 능력이 없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지난 설에는가족들과 함께 4박5일 해외여행까지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B카드사에 1천100여만원을 7개월째 연체하고 있는 이모(37)씨도 카드사의 채무변제 독촉이 시작되기 직전 집과 사업장 명의를 부인 앞으로 바꿔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카드빚 변제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이씨는 현재 타인 명의의 고가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있다. C카드사에 1천400여만원의 카드빚을 지고 있는 전모(36)씨는 현재 일정한 수입원이 있음에도 불구, `카드사가 채무현황을 자신의 배우자에게 공개했다'는 이유로카드빚을 6개월 이상 한푼도 갚지 않고 있다. 전씨는 `채무를 50% 탕감해 줄 경우 카드빚 변제를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카드사 직원의 약점을 잡아 오히려 카드사를 협박(?)하는 경우도 있는데,박모(30)씨는 얼마전 전화로 모 카드사 채권추심 담당자의 욕설을 유도, 관련 내용을 녹음한 뒤 `금감원 또는 언론사에 제보하겠다'며 카드빚 탕감을 요구했던 것으로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작년 말부터 채권추심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양심불량 채무자들이 급증하는 추세"라면서 "특히 개인워크아웃을 악용하거나 채권추심 방법을 문제삼아 카드빚을 갚지 않는 양심불량 채무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