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발탁되자 그동안 정·관계 주요 인사를 배출한 삼성의 인력풀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 CEO중 배출된 장관은 지난 98년 남궁석 당시 삼성SDS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입각한데 이어 두번째. 정통부 장관만 2명을 탄생시키는 기록을 갖게 됐다. 지난 98년 7월에는 이필곤 당시 삼성중국본사 대표이사 회장이 서울시 부시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정·관계에 삼성출신 인사들이 발탁되고 있는 것은 삼성이 '1명의 천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모토 아래 사내외에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데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진대제 장관의 경우만 해도 HP와 IBM을 거쳐 삼성전자에 스카우트됐다. 삼성의 관리체제 아래서 CEO까지 성장한 인물이면 기본적인 실력과 함께 도덕성,효율적인 조직관리 및 업무능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삼성은 또한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쳐 사람을 뽑기 때문에 공직자 검증과정에서도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다. 삼성의 사외이사 출신 중에서도 장관이 여러명 나왔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김석수 전 총리도 삼성전자 사외이사 출신으로 주목을 끌었다. 송자 전 교육부 장관도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고 있었다.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은 삼성전기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만 삼성 사외이사 출신 3명이 입각했다. 삼성전자는 "진 장관이 국제적인 IT전문가로서 식견과 능력을 갖췄다"며 "국가경제에 일익을 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정통부 장관으로 입각했던 배순훈 대우전자 사장의 예를 볼 때 관계에 아무 연고가 없는 진 장관이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관료사회에서 소신있게 정책을 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삼성은 기업출신 인사가 참여정부 초대내각에 참여함에 따라 기업 마인드와 목소리가 새 정부에 어느 정도 흘러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유력한 차기 총괄CEO후보가 자리를 비움에 따라 향후 물밑에서 치열한 후계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은 윤종용 부회장 체제가 연장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들은 "아직 차기 CEO를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윤우 반도체총괄사장이나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 등 총괄사장들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주력사업을 총괄하면서 기록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데다 연령대로 보면 윤 부회장의 다음을 이을 만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기업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황창규 메모리사업부 사장이나 임형규 비메모리사업부 사장 등 50대 초반의 해외 유학파 박사출신 사장급들이 진 사장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다양하고 충분한 경력을 쌓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후계자로 본격 부상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성택·강동균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