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진보적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24일 서울대에서 `기로에 선 한국(Korea at the Crossroads)'이란 제목으로 특강을 열었다. 교수와 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특강에서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난 40년동안 한국은 민주주의와 경제에 대해 충실하게 공부해왔다"면서 "앞으로는 지금까지 배운 내용에 대해 의문점을 갖고 새롭게 발전시켜야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패거리 자본주의’와 같은 구조적 문제였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구조적인 문제였다면 불과 몇년만에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동아시아의 경제 위기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무분별하게 규제를 철폐해 시장을 방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시장간의 적정한 균형을 맞추는 `사회적 민주주의'가 세계화에 정착돼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 클린턴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으로 정부 개혁을 이끌었으며 90년대 후반에는 세계은행(IBRD) 부총재로 재직하면서 "IMF가 한국 등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적용한 시장만능주의적 고금리.긴축 처방은 미국 등 선진국의 이익만을 반영했다"며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난 2001년 조지 애커로프 교수 마이클 스펜스 교수 등과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