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구속된 데 이어 8∼9명의 주요 경영진들이 사법처리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SK그룹에서는 이번 사태에서 비켜난 전문 경영인들의 역할이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김항덕 회장대우 고문의 역할이 늘어날 것이란 의견이 많다. 김 고문은 유공(SK㈜ 전신)의 인수 주역인데다 이 회사가 그룹 주력회사로 성장토록 하는 데 큰 기여를 했으며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 인수 발판을 마련한 SK의 공신이다. 김 고문은 손길승 회장과 함께 고 최종현 전 회장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이다. 지난 98년부터 그룹 부회장에서 물러났으나 5년이 넘도록 고문자리를 유지하는 등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손 회장과 함께 그룹 기둥 역할을 할 전망이다. 황두열 부회장은 최 회장과 김창근 사장 등 2명의 대표이사가 구속된 이후 홀로 남아 SK㈜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01년 사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올라선 그는 마케팅전문가로서 OK캐쉬백 등의 신규사업을 추진하며 SK㈜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특히 노무현 신임 대통령이 졸업한 부산상고 출신으로 새정부와 관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도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지난 23일 손 회장을 대신해 대구지하철 대책본부를 방문해 성금을 기탁하는 등 대외활동을 대신하고 있다. 성금기탁 등은 그동안 김창근 구조조정본부 사장이 맡아왔으나 이번에 공백이 생김에 따라 조 부회장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주철 SK글로벌 사장과 표문수 SK텔레콤 사장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2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박 사장은 해외비자금 등 쏟아지는 의혹들을 불식시키며 회사를 안정화시켜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표 사장도 그동안 전문경영인으로 입지를 굳힌데다 최 회장의 고종사촌이라는 점 때문에 그룹내 입김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표 사장은 SK텔레콤마저 흔들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경영을 안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