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위기가 세계 경제의 침체와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주목받았던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담이 세계경제 성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방안들을 다짐한 뒤폐막했다. 이번 회담은 올해 G7 의장국인 프랑스의 주관으로 파리에서 21일부터 22일까지이틀동안 열렸으며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빔 두이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총재, 페드로 솔베스 유럽연합(EU) 재무담당 집행위원,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 등이 주요인사로 참석했다.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찬반 설전을 삼간 채 불황이 가속화될 조짐이 보이는 세계경제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라크 전쟁 대비한 'B 플랜' 없어 : 이라크 전쟁 위기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등장한 만큼 이번 G7 회담은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주목받았다. 또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무력공격 준비를 가속화하는 반면 프랑스와 독일이 전쟁을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G7 회원국들의 입장차가 경제협력에 '불똥'을 튀기지 않을까 우려됐었다. 그러나 회의 참석자들은 이라크 위기에 대한 정치적 논쟁을 자제하고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세계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집중했다. G7는 폐막 성명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증대되고 있다"고 말한 것 외에 이라크위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라크 전쟁에 대비한 G7의 비상경제계획인 이른바 'B플랜'은 마련되지 않았다. 프랑시스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비밀 계획은 없다"며 "지금 세부계획을 마련해봐야 소용없으며 전쟁이 발발할 경우 다시 모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제유가의 상승이다. 그린스펀美 FRB 의장은 국제유가 동향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으며 회의 참석자들은 현상황에서 석유공급 중단 우려나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석유비축분을 풀 필요는 없다고결론내렸다. ▲경제성장 촉진 및 시장신뢰 강화 방안 : 이번 회의의 가장 큰 과제는 불황에빠진 세계경제를 성장쪽으로 되돌려 놓고 시장의 경제신뢰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금리인하, 재정지출확대가 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가장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미국은 수차례에 걸친 인하 끝에 금리가 지난 40년래 최저인 1.25%이며 일본은금리가 수년째 제로 수준, 유로랜드는 2.75%이다. 미국, 일본의 경우 금리인하 여력이 별로 없는 반면 유로랜드는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었다. 실제로 두이젠베르크 ECB 총재는 물가상승 위험 부재를 전제로 경제전망이 악화되면 "행동에 나서겠다"며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미국이 이미 감세 등 대규모 경기부양 대책을 발표한 데다 G7 내 EU 국가들의경우 재정적자폭을 규제하고 있는 성장안정협약으로 인해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대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반면 G7은 성장촉진을 위해 유럽 쪽 G7 회원국들의 상품, 자본, 노동시장을 개혁해 경제구조를 탄력적으로 만들고 일본은 최대 과제 중 하나인 금융, 기업 부문의구조개혁을 법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고용창출, 저축 및 투자 장려, 생산성증대를 다짐했다. 이같은 방안은 장기 경제개혁 방안이라는 점에서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는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 직전 곳곳에서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는 전망이 나와 회담전망을더욱 어둡게 했다. 프랑스는 회의 시작 당일 올해 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으며 두이젠베르크 총재도 유로랜드가 올해 예상성장률인 2.0-2.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전망했다. IMF는 올해 유로랜드의 성장률을 2.3%에서 1.3%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 美장관 국제무대 데뷔 및 달러환율 : 존 스노 美재무장관은 이번 회담을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해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6천740억달러 규모의경기부양책을 홍보했다. 그는 세계 제1 경제대국인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세계 경제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일본, 유럽 국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연말부터 계속되고있는 달러가치 하락에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유럽측 인사들은 미국의 재정 및 무역 쌍둥이 적자가 미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스노 장관은 미국 경제 규모와 비교할 때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