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의회연맹(IPU)과 유럽의회의 공동 주최로 17일 제네바에서 개막된 '세계무역기구(WTO)'에 관한 의원회의'는 최근 도하개발아젠다(DDA)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농업협상을 놓고 토론을 벌였으나 현격한 입장차이를 재확인했다. 시장접근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에서 개도국들은 개도국의 발전촉진과 빈곤퇴치를 위해서는 시장접근, 특히 농산물 시장접근이 가장 핵심적인 협상의제라고 강조하면서 농산물에 대한 관세감축, 각종 보조금 삭감, 선진국의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을 요구했다. 토론자로 나선 말레이시아의 수페라마니암 WTO 담당대사는 지난 주말 일본 도쿄(東京)에서 개최된 WTO 주요국 각료회의에서 농업협상의 세부원칙(Modality)을 놓고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간의 의견이 크게 대립된 점을 지적하면서 농업협상 타결을 모색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한국, 일본, 포르투갈 등은 각국이 처한 서로 다른 상황과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점진적인 개혁과 시장개방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스튜어트 하빈슨 농업협상특별위원장이 제시한 세부원칙 초안은 너무 급격한 자유화 방안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 홍재형(洪在馨)의원은 "공산품 관세감축 협상이 지난 50여년간에 걸쳐 이뤄진데 반해 농업협상은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급격한 자유화를 시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따라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자유화하는 협상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또한 "한국에 있어 DDA 협상의 성공은 농업협상의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만큼 농업은 사활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시의 관세화 방식 유지 ▲식량안보, 환경보호 및 농촌개발 등 비교역적 관심▲개도국에 대한 특별우대 원칙 등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WTO에 관한 의원회의'는 지난 2001년 11월 제4차 도하 WTO 각료회의에 참가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창설됐으며 지난해 5월과 10월 브뤼셀과 제네바에서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는 홍 의원과 한나라당 강인섭(姜仁燮) 의원이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