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 메이저들이 이라크전이 터져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물러난 후의 현지 석유 부문에 파고드는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이라크 석유 부문을 둘러싼 메이저들의 각축은 이미 현지에 이해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프랑스, 러시아 및 중국은 물론 이라크와의 반목으로 인해 전혀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도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이와 관련해 미 일각에서는 후발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유엔을 앞세운 '법적 싸움'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라크전이 터질 경우 "프랑스, 중국 및 러시아 업체들이 기득권을 쉽게 포기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전쟁 후 이라크 석유 부문을 어떻게 할지가 미국의 공격을 얼마나 지원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영국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의 발레리 마르셀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이라크가 석유 메이저들과 이미 맺은 계약들이 전쟁 후에도 유효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이 터질 경우 미국의 공격을 얼마나 지원하는지가 기득권 보장 정도를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라크 석유 부문에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기업은 프랑스의 토탈피나엘프다. 지난 수십년간 이라크와 거래한 것을 발판으로 이 나라의 가장 유망한 유전 2개소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토탈피나엘프의 개발석유담당 피에르 드 마르게리 사장은 최근 "(전쟁이 터질 경우) 상황이 수습되면 기존 계약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최대 석유 회사인 로코일의 경우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이라크측이 지난주 기존의 석유 프로젝트 계약을 취소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사미르 압둘 알-네즘 석유장관 대행은 지난 10일 "루코일이 지난 3년간 앞서 계약한프로젝트에 단 1달러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을 취소키로 최종 결정했다"고발표했다. 이라크는 그러나 다른 러시아 석유회사들과는 유전개발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미국 석유 메이저들의 경우 단연 불리하다. 지난 80년대말 미국과 이라크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 나라 석유부문 진출에서 철저히 외면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주요 국제문제 연구소인 외교위원회(CFR)와 라이스 대학 공공정책연구소가 최근 공동으로 낸 보고서는 필요할 경우 "유엔 틀에서 이라크 석유계약 문제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이라크 유전에 대한 미국의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는 확인된 것만도 1천120억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갖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2위 규모다. 이라크는 이밖에 2천200억배럴의 미확인 원유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이라크의 원유생산 단가가 세계 최저 수준 임을 보고서는 상기시키면서 "이 때문에 이라크 석유 부문이 더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파리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