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여건이 극도로 불투명한데다 무디스의 신용전망 하향이 현실화되자 기업들이 초긴축 경영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보유 부동산을 팔아치우는가 하면 강도 높은 원가절감 방안을 경쟁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환율 유가 등 변동폭이 커진 변수들을 감안해 경영계획을 전면 재조정하려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현금을 확보한 바탕위에 새로운 경영계획을 세워 경제불안 요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카드와 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가 공동 보유하고 있던 서울 역삼동 나대지 1천8백여평을 부동산 개발업체인 한호건설과 9백10억원에 매각계약을 맺었다. 이 부지는 평당 매각 금액만 5천만원에 육박하는 '노른자위'로 LG는 매각대금을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SK(주)도 인천 저유소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수익성이 낮은 직영주유소 부지도 일부 매각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를 통해 2005년까지 3천억원의 차입금을 상환, 총 차입금을 5조원으로 줄이고 부채비율도 1백% 이내로 떨어뜨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계열의 INI스틸은 올해중 서울 성수동 공장부지(매각 대금 9백91억원 예상) 등 2천4백억원 규모의 보유 부동산을 매각키로 했다. 정석수 부사장은 "수익창출을 목표로 한 긴축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CJ 세원텔레콤 등도 부동산을 매각했거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고유가 추세가 계속되면서 전사적인 원가절감 운동을 벌이는 업체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LG는 이라크전쟁 발발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보고 절대 사용량 감축 등 각종 원가절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올해 에너지 관련 비용을 지난해 수준인 2천억원으로 동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폐열 회수 △에너지 다소비 공정 개선 △신제조공법 도입 등을 전사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삼성종합화학 관계자는 "유화업체의 경우 연 총제조비용의 20% 이상이 에너지 비용으로 소모된다"며 "공장별로 에너지 전광판을 설치하는 한편 에너지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백55억원 절감에 이어 올해도 1백10억원의 에너지 절감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가 환율 등이 요동을 치면서 경영계획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대기업그룹 구조조정본부의 한 관계자는 "고유가와 환율불안을 감안해 경영계획을 세웠지만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어 각사별로 재점검 지시를 내려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무디스가 신용등급 하향 전망을 내놓아 해외에서의 자본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실제 이라크전쟁이 발발할 경우 경영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긴축 경영을 벌일 수밖에 없다"며 "초긴축의 여파가 투자축소로 이어질 경우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우려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심기.김진수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