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업계에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D램의 주력으로 등장한 DDR(더블데이터레이트)는 연초까지만해도 6달러선을 유지했지만 최근 두달만에 3달러 후반대까지 폭락했고 시간이 흐를수록하락폭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국제정세는 이라크전 발발 임박,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의 경기침체 가속화, 북한 핵문제 등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어 쉽사리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업계는 현재보다 생산량을 배이상 늘일 수 있는 300㎜ 웨이퍼라인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경우 세계적인 공급과잉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 수익성이 높은 하이엔드쪽으로 주력 제품군을 이동하고 원가절감 방안을 강구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시장 전망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끝없는 가격하락 = 256M를 기준으로 DDR 가격은 아시아현물시장에서 지난해 크리스마스의 특수가 다소 회복되면서 11월초 9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가격상승에 따른 하이닉스[00660], 마이크론 등 제조업체의 생산량 확대와 크리스마스 특수 종료를 기점으로 11월 중순부터 가격추이는 하락세로 반전했다. 급기야 지난달 6일 가격은 6달러선이 붕괴됐으며 1월말 5달러, 지난 7일 4달러까지 속절없이 무너진뒤 현재 3달러 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낙폭은 연초가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점을 들어 가격하락을 점쳤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동양증권 민후식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가격 하락은 이달말까지 이어져 2달러선까지 떨어질 전망"이라면서 "이로인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고 진단했다. 민 애널리스트는 "3달러 선이 무너지면 메모리반도체 최고기업인 삼성전자조차도 생산원가를 건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대응= 삼성전자는 D램 생산량중 DDR의 비중이 지난해 4분기 67%에서 올해 71%로 확대한 상태다. 이중 고속제품(DDR333,400)은 전체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작년 3분기 40%대였던 DDR의 생산비중을 현재 80%까지 늘렸으며 독일의 인피니온,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대만의 난야 등 대부분의 외국업체들도 같은 추세다. 현재 가격하락폭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이지 못하고 물량 확대를 통한 원가보전에 전념, 이미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현재보다 생산량을 배로 늘일 수 있는 300㎜ 웨이퍼를 하반기부터 월 1만5천-2만장씩 양산에 들어가는 등 대부분 업체는 생산량 확대를 위해 300㎜ 투자를 서두르고 있어 공급초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경제 회복이 더디고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원가부담을 견디지 못한 업체의 줄도산이 불가피하다는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이에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는 최근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스마트카드와 플래시메모리, 고속DDR제품의 양산을 확대하고 원가절감 기술을 가속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암울한 전망= 전문가들은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2월 하순 신학기 수요, 3월고속 DDR에 기반한 인텔의 스프링데일 칩셋 출시를 계기로 다소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춘절 휴가를 끝낸 중국의 PC시장이 회복된다면 4월에는 제한적이지만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쉽게 낙관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자신하는 전문가들은 없다. 99년 Y2K 이후 PC교체기에 든 기업들의 PC수요가 4분기에 다소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벌써 기업의 투자위축을 불러오고 있다. 새로운 반도체 시장으로 떠오른 3세대 휴대폰의 도입은 계획보다 더뎌지고 있는데다 경기침체에 따른 디지털 가전의 성장위축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라크전의 장기화, 이로인한 국제적인 테러발발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 또하나의 불안요인이고 난야, 인피니온 등 업체들이 중국 투자를 확대해 중국산 저가제품을 당장 내년부터 시장에 쏟아낸다는 점도 업계 전체적으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우리증권 최석포 애널리스트는 "이달까지를 반도체 바닥다지기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뚜렷하게 반도체 수요를 이끌만한 요인이 눈에 보이지 않아 국면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