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식시장이 장기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라크전 개전이 몇주 앞으로 다가왔다는 관측이 높아지면서 그간 투자 리스크 때문에 뮤추얼펀드와 연기금들이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높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9일 전했다. 장기적인 증시 침체로 그간 채권시장과 금을 비롯한 주요 원자재에 대한 투자관심이 높아져온 가운데 헤지펀드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전례없이 높은 지금과같은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있다는 것이다. 다만 헤지펀드의 성격상 이런 추세가 쉽게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런던의 헤지펀드 매니저는 AFP에 "헤지펀드가 서서히 투자의 메인 스트림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연기금과 뮤추얼펀드들이 헤지펀드에 전례없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이런 추세 속에 스위스은행인 UBS 등이 헤지펀드에 대한 포트폴리오비중을 전례없이 공격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귀뜀했다. 헤지펀드의 성장은 전문조사기관 통계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미 테네시주 내슈빌 소재 밴 헤지펀드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말 현재 전세계에서 7천500개 이상의 헤지펀드가 운영되고 있다고 집계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자금은 대략 6천500억달러로 한해 전에 비해 500억달러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헤지펀드는 10년전 고작 1천억달러에 불과했다. 헤지펀드는 러시아에 대한 리스크 높은 투자가 원인이 돼 미국 투자기관 롱 텀캐피털 매니지먼트가 결국 지난 99년 9월 도산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그러던 것이증시 침체가 계속되면서 마땅한 이동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최근 또다시 헤지펀드쪽으로 조용히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뉴욕 소재 투자자문사인 트레먼트의 로버트 슐만 최고경영자는 "논리는 간단하다"면서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리스크 정도에 관계없이)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를 찾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슐만의 지적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권위있는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지수측이 헤지펀드 매니저 1천6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7%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주가가 21%나 주저앉은데비하면 엄청나게 양호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헤지펀드가 이처럼 호조를 보이면서 그간 전통적으로 실행돼온 포트폴리오 방식도 외면되는 상황까지 초래되고 있다. 즉 증시 투자시 가격이 연계되는 2개 주식에동시에 포지션을 내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제는 이런 식으로는 투자 수익을 올리기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2개 주식에 동시 포지션을 줘 한쪽의 가격이 무너지더라도다른 쪽으로 상쇄한다는 그런 고전적인 투자 방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슐만은 그러나 헤지펀드에 마냥 장밋빛 기대를 걸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헤지펀드가 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유망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헤지펀드가 리스크 높은 투자 방식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당신이 100만달러의 여유 자금이 있어 헤지펀드에 투자할 경우 최악의 경우 10만달러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런던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