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연합(EU) 동북아(중국.일본) 등 3대 경제 축과 더불어 '화상(華商)' 네트워크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제4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0년대 이후 세계화상대회(WCEC) 등을 통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화교 기업인을 하나로 묶는 한편 종주국인 중국과의 교역·투자 확대를 통해 새로운 경제세력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도 전세계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화상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2010∼2013년 사이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자유무역지대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거대한 '중화 경제블록'을 구축하기 위해 동남아 경제권을 쥐고 있는 화교자본을 끌어안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병호 산자부 국제협력투자심의관은 "지금까지 서양의 유태인이 세계 경제를 물밑에서 주물러 왔지만 앞으로는 동양의 화교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도 화교자본 활용과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 화교 경제권 규모 전세계 화교는 대만을 제외하고도 3천5백만여명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유동자산 규모는 2조달러가 넘는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 수준이다. 이 가운데 70%를 아시아 화교들이 갖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 78%가 집중된 화교는 이 지역 전체 인구의 6% 수준에 불과하지만 자산 보유 규모는 86%로 추정된다. 특히 동남아 상권의 70% 이상을 화교가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시아 1천대 기업 가운데 화교가 경영하는 기업이 5백17개사다. 재산이 5억달러 이상인 화교 기업인은 1백5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세계 10대 갑부 반열에 올라 있는 화교만도 4명이나 된다. ◆ 중국 경제를 일군 화교자본 오늘날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한 데는 화교자본의 적극적인 대륙 진출이 밑거름이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2001년 기준으로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마카오 등 동남아 화교권 8개 지역의 대(對)중국 교역액은 중국 전체 교역액(5천97억달러)의 24%(1천2백68억달러)를 차지했다. 또 2000년중 중국이 해외에서 들여온 투자 유치액(4백7억달러) 가운데 화교자본의 비중이 53%(2백16억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중국으로 대거 유입된 화교자본은 중국의 산업 선진화와 성장동력으로 톡톡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 동남부 지역의 경제개발을 가속화, 역동적인 수출주도형 비즈니스 시스템을 뿌리내리게 하는 한편 중국 상품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교두보 역할도 하고 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