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국제외환시장의 동향에 과도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아시아 지역 전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4일자 기고문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환율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이는 경제 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한국의 정부 당국자들이 국제외환시장의 동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이며 이밖에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도 미국 달러화에 대해 자국 통화가 하락하기를 고대하며 외환시장에 민감한 반응을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환율이 경제에 중요한 변수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특히 금융 및 기업 부문의 구조 개혁이 절실한데다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환율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임으로써 경제 개혁을 지연시켜서는 안된다고충고했다. 즉, 환율을 충격 흡수 장치로 이용하는 것은 자국 경제의 취약점을 치유하지 못하며 다만 숨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경우 이같은 현상이 가장 심각한 상태라며 최근 일본 정부가 잇따라 환시에 개입해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결국 자국 은행권의 부실 채권처리와 부실 기업의 퇴출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도 기술과 개혁, 기업가 정신에 미래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환율에 연연하는 것은 비생산적일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으므로 좀 더 거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05930]가 싸구려 제품을 파는 업체라는 과거이미지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비싸고 고품질의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오히려 시장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환율 동향보다 기술 발전에 주력해야 한다는 한국 경제의지향점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페섹은 마지막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의 큰 흐름을 놓쳐서는 안되며 자신의강점이 무엇인 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환율과 같은 단기적 처방에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블룸버그=연합뉴스)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