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축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이라크의 채권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다우존스가 3일 보도했다. 이는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새로 들어설 차기 정부가 지난 12년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채권을 상환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다우존스는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크게 올랐던 최근 북핵 사태가 다시 불거지면서 내림세를 보이는 등 한반도 정세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이라크 채권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는 지난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이 자산 동결 조치를 취하기 전부터 이미 다른 제재 조치들 때문에 채무 상환을 중단한 상태였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이라크 채권은 두 가지로 하나는 무역 채권이고 다른 하나는 이라크 국영석유회사와 파산한 국영 라피다인은행이 발행한 신디케이트 채권이다. 벨기에 소재 이스트웨스트 채권에 따르면 이라크의 미지급 상업 채권은 85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네덜란드 소재 디폴트 채권 처리 전문 기업인 옴니 휘팅턴의 잔 메켄캄프 전무는 "액면가의 10%를 밑돌던 이라크 채권이 지난 6개월 사이에 13%~18%로 올랐다"고 밝히고 "이라크의 정권 변화와 제재 조치 해제에 대한 기대감 고조가 채권 가격에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라크 채권이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인가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다우존스는 말했다. 디폴트 채권의 가격은 정치적인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북한의 디폴트 채권은 작년 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액면가의 6%까지 폭락했으나 남북 관계 진전 등에 따라 16% 가까이 육박했다가 최근의 북핵 위기로 다시 12%대로 떨어지는 등 등락이 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핵 문제가 북한 채권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런던 소재 엑소틱스의 피터 바틀렛 이사는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은 중유 제공 재개 등 국제 사회의 경제 원조를 이끌어 내려는 시도로 판단된다"며 "이 때문에 핵 개발 프로그램 관련 협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급진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