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아시아 경제에 해로울지, 도움을 줄지는 속전속결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테러의 위험은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크다. 이라크 전쟁의 경제.정치적 파장에 대한 예측 가운데서도 특히 국제 원유수급및 가격 전망의 경우에는 낙관.비관론이 엇갈린다. 어떤 형태로든 일단 전쟁이 터지면 국제유가 폭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쟁이 미군을 주축으로 한 동맹군의 신속한 승리로 끝나 이라크 유전을장악하기만 하면 유가는 곧 하락세로 반전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 전쟁이 원유가 아닌 세계평화를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관점에서라면 이 전쟁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리라는 것이 아시아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다. `싱가포르 방위.전략연구소'의 안보문제 전문가 앤드루 탄은 "오히려 회교사회의 소외감을 증폭시켜 반테러전을 어렵게 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전략연구소'의 압둘 라작 바긴다도 "테러 위험이 고조되면서 미국목표물과 미국인을 노린 공격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주 국립대학 `테러리즘 연구소'의 클라이브 윌리엄스 이사는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이라크 전쟁을 호주 등 미 동맹국에 대한 공격 강화의 빌미로 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의 `정치.경제 리스크 컨설턴트'사의 로버트 브로드푸트는 이라크 민간인사망자수와 전쟁기간 등이 아시아에 미칠 전쟁 후유증의 크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전쟁이 장기화돼 많은 피를 보게 되면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필리핀 처럼회교도가 많은 나라의 정부는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향후 2∼3년안에 있을총선에서 "야당이 회교카드를 들고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로버트 브로드푸트는 설명했다. 이라크 전쟁이 아시아 각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모아봤다. ▲한국= 수입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큰 우려라면 국제유가 상승을 꼽을 수있다. 최근 잇따른 항의시위속에서 반미감정이 표출되기는 했지만 이들 시위는 주한미군의 법적지위에 관한 국내현안들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 일각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다른 지역에서의미 외교정책이 쟁점으로 등장한 적은 결코 없었다. 한 대학의 정치학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은 중동이 멀리 떨어진 곳인데다북한문제로 걱정하는 것만으로도 힘겹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애널리스트들은 이라크 전쟁이 중국의 내정문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콩의 정치학자인 폴 해리스는 회교도 지역인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에 약간의후유증이 예상되지만 대체로 잃을 것보다는 얻는 게 많을 거라고 내다봤다. 중국이이라크에서의 미국의 목표 달성에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일정한 몫의 파이를 얻게될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일본= 현행 평화헌법하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 대한 지원범위를 둘러싼헌법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경제적 후유증이 주된 관심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면 원유를 비롯한 모든 수입품 가격의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이라크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면 호주경제에 대한 영향은 그리 크지않으리라는 전망이다. ANZ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울 에스레이크는 "유가가 큰폭으로 떨어지고 소비자 신뢰가 향상되면 후속적인 평화의 혜택은 꽤 클 것"이라고내다봤다. 그러나 전쟁의 장기화로 원유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훨씬 나쁜 결과가 초래될것이며 국제유가는 좀처럼 배럴당 35달러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 세계 최대회교국인 만큼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벌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 200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을 때도 자카르타주재 미 대사관 밖에서는 수백명의 과격파 회교도가 정례적으로 항의시위를 벌였었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면 항의시위의 강도가 한층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의명분이 훨씬 약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도= 회교도 인구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다. 이미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공격을 공공연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회교도와 정서적으로 어떤 동질감도없기 때문에 소극적 평화시위를 벌이는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이미 미국의 일방적인 대 이라크 공격에 대한 반대입장을 천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대중 항의시위가 벌어지더라도 정부로서는 부담이 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키스탄= 1억4천500만명의 인구중 95%가 회교도여서 관측통들이 서방 목표물에 대한 폭력보복공격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적인 소요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필리핀= 국내경제에 대한 영향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특히 중동지역에 취업중인 100만명 이상의 필리핀인이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싱가포르= 싱가포르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전쟁이 "신속하고 깔끔하게" 끝나야 한다는 희망을 피력해왔다. 조기 종전 여부와 회교계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관건이라는 입장이다. ▲태국= 중동지역에 나가 있는 수천명의 태국 근로자들이 귀국할 수밖에 없어국내 고용사정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콸라룸푸르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