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노조 총파업이 50일째를 맞았지만 사태는 갈수록 악화돼 경제 위기로 비화되고 있다.


20일에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중도 퇴진과 조기 대선을 요구하는 반정부 세력과 친정부 세력간 유혈 충돌로 1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하는 등 폭력 대결로 치닫는 양상이다.


특히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원유 생산량의 급감으로 외환수입이 줄어들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선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디폴트 우려와 잇따른 외국기업 철수=디폴트 우려로 화폐 가치는 20일 현재 달러당 1천8백8볼리바르로 연초 대비 23% 급락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지난 16일부터 통상적인 일일 외환거래를 중단시켰다.


베네수엘라의 지표 채권인 25년짜리 국채 값도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서방기업들이 잇따라 떠나면서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날 카라카스 지사를 잠정 폐쇄했다.


이에 앞서 포드자동차 로열더치셸 코카콜라 등의 다국적 기업들도 현지지사의 문을 닫았다.


◆계층 갈등으로 해결전망 어두워=미국 등 주변국이 중재에 나섰지만 쉽사리 총파업 사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지난달 2일 국영석유회사의 총파업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의 밑바탕에는 부유층과 서민층간 갈등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국영석유회사 직원들은 서민층 지원으로 지난 2000년 대통령에 당선된 차베스 대통령의 정책에 반발해 왔다.


차베스 대통령은 취임 후 국영 석유회사의 사장 등 간부직에 측근을 임명하고 회사 이익금의 국고 편입을 늘려 사원들의 불만을 사왔다.


대통령 반대파 시위에 국영기업 및 일부 경찰 군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도 서민층 이익을 대변하려는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반발인 셈이다.


반차베스 세력은 대통령이 조기 선거를 실시,재신임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국민의 절반을 넘는 빈곤층들은 현 대통령을 지지해 다음달 중순 신임 투표가 실시돼도 차베스 대통령이 재신임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반.친정부 세력간 대결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