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도 상품이다.'


국내에 기술거래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비밀유지 및 독점의 상징으로 통했던 특허, 실용실안, 사업노하우(Know-how) 등 각종 산업재산권이 연구실을 벗어나 실제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00년 1월 '기술이전촉진법'의 공포를 계기로 기술거래 인프라가 구축되며 시장이 급성장하는 추세다.


한국기술거래소(사장 연원석)를 비롯해 '기술거래' 지정을 받은 18개 공공기관과 민간업체들도 기술상품을 발굴하고 실수요자를 찾는 이른바 '기술마케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국내 기술시장에도 단순 중개(Brokerage) 형식을 탈피해 기술상품을 발굴하고 업체들의 기술수요를 촉발시키는 이른바 '마케팅'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기술거래 지정업체인 피앤아이비는 올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보유한 이동통신분야 특허기술 1백30여건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특히 피앤아이비측이 1백30여종에 달하는 기술을 5개 그룹의 패키지로 분류, 민간기업들에 경쟁입찰방식으로 매각해 화제를 낳았다.


이 회사 조성만 이사는 "이번 거래성사는 현재 시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파악한 후 공급자와 수요자를 직접 찾아나선 입체적 마케팅활동의 결과"고 설명했다.


민.관 공동출연의 특수법인인 한국기술거래소도 설립 4년째를 맞아 해외네트워크 구축 등 인프라구축에 앞장서는 한편 실적측면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기술거래 평가 투자알선 등 실적이 2000년 1백16건에서 지난 2002년에는 1백61건으로 증가했다.


설립 초기 시장활성화를 위해 무료서비스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증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기술거래를 통한 성공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공공기술의 이전을 비롯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기술의 수출입 등 기술거래의 형태도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미국의 제넨테크사로부터 AIDS(에이즈) 백신기술을 출자받아 회사를 설립한 셀트리온이 해외기술을 사들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내 기술거래시장의 정확한 범위는 물론 그 규모를 추산하기가 쉽지 않다.


가령 기업간 M&A(인수합병)도 광의의 의미에서는 기술거래의 범주에 속한다.


산업자원부는 기술거래기관 등의 수수료를 기준으로 지난해 국내 기술시장의 규모를 약 3천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M&A를 포함해 광의적 의미로 확대할 경우 시장규모는 이보다 10배 이상 클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시장의 향후 전망은 '장밋빛'이다.


지식.기술기반 경제체제에서 청기와장수(직접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것)의 개념은 철지난 발상에 불과하다.


변화무쌍한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남의 기술'이라도 과감히 사고, 필요없는 '나의 기술'은 미련없이 팔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삼성전자 사장단회의에서도 "5~10년 후 반도체를 대신해 돈을 벌수 있는 기술을 무조건 사들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후문이다.


기술거래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우선 연구기관을 포함해 거래지정기관 및 업체내 소위 '영업맨'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정부예산이 투자되지만 사업화로 활성화되는 비율은 10%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미국 일본에 이어 특허출원 건수로 세계 3위권안에 들지만 특허휴면율이 70%를 넘고 있는 것도 어느 분야보다 높은 정보의 비대칭현상과 '개발 따로, 활용 따로' 식의 사업마인드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기술거래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기법 개발이 시급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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