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의 최대 화두는 수출이다. 국내외 경기가 불투명한 만큼 한국경제의 살 길은 수출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수출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현지 사정을 파악하는 것도 힘든데다 그 곳의 비즈니스 관행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곳곳에 나가있는 KOTRA 무역관은 중소.벤처기업의 수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수출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기위해 각 지역별 수출시장 개척 방법을 현지 KOTRA 무역관장으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첫번째로 영국편을 준비했다. -------------------------------------------------------------- 영국하면 떠오르는 게 몇가지 있다. 신사의 나라,세계를 제패했던 대국,스캔들로 관심을 끌고 있는 영국 왕실 및 왕궁 근위병,축구의 본고장 등.모두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미지들이다. 그런데 이 이미지들 속에 풀기 어려운 까다로움과 복잡함이 있다. 신사의 의젓함,과거 영광에 대한 자존심,전통에 대한 집착 등이다. 영국인들과의 비즈니스에는 이 모든 것이 숨가쁘게 작용한다. 지난해 영국최대 DIY 체인점인 B&Q에 한국기업의 "삽"을 팔기위해 열심히 뛴 적이 있다. 일이 일사천리로 잘 진행돼 결실을 맺게 될 시점에 갑자기 제동이 걸렸다. B&Q가 삽자루의 "자루"가 나무니까,이 나무를 사용하는 만큼 다른 나무를 심었다는 인증을 요구한 것.지구삼림 환경보호 차원에서 설정돼 있는 FSC(삼림보호위원회)기준에 적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자루"의 원산지는 중국이었고 그 기업은 결국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어 실패로 끝났다. 영국에서의 비즈니스는 이렇게 어렵다. 영국에서는 바이어를 직접 방문하는 것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한다. 편하게 방문받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 특히 첫 만남때 바이어의 규모와 제품의 특징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잘하면 이 과정에서 팔려고 했던 품목뿐만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도 있다. 지나친 과대나 확신보다는 자신을 낮춘 겸손이 낫다. 한국 기업인 가운데는 제품 개발에 성공하자 마자 해외세일즈를 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영국인은 꼼꼼하다. 제품 자랑을 해도 실제 판매경험이 있는 지,판매처 중에는 선진국이 있는 지 하나씩 철저히 파고 든다. 한 마디로 개발된 제품이 상용화에 성공하기 전에는 세일즈가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너무 큰 것만을 좋아해서도 안된다. 일부 세일즈맨중에는 처음부터 초대형 거래처를 선호한다. 큰 거래처일수록 관료화돼 있어 오히려 상담이 오래 걸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초기 단계엔 견실한 중소기업체가 나을 수가 있다. 또한 팔려는 "나"보다는 살려는 "당신"쪽에 촛점을 둬야 한다. 예를 들어 영국이 한국보다 훨씬 선진국이지만,인터넷 고속 통신망등 정보통신 간접자본은 한국이 영국을 앞지르고 있다. 이런 영국에 온라인 게임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잘 팔릴 수 없다. 어떤 품목이든 팔 수 있다는 꿈을 버려서는 안된다. 얼마전 60~70년대 수출 품목인 "가발" 상담을 주선했다. 생각보다 바이어의 반응이 좋아 우리 무역관도 놀라고 세일즈맨도 놀랐다. 영국수출을 위해서는 현지인의 구미에 맞는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세계 3,4위의 수입대국 영국은 우리가 접근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황금시장이 될 수 있다. 김상관 KOTRA 런던무역관장 sangkkim@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