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프로농구팀 '유타 재즈'의 홈구장으로 유명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의 '델타센터'. 이곳에 마련된 30여개의 부스 가운데 한 곳에서 금발의 여학생이 자신의 사업구상을 심사위원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잔디깎이 씨뿌리기 가지치기 등 정원을 가꾸는데 필요한 모든 작업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죠. 2명의 정원사는 정규직원으로 고용하고 나머지 인력은 아르바이트생으로 충원할 생각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인 애슐리(18)는 지난 1년간 준비해온 사업의 내용을 수줍은 미소와 떨리는 목소리에 담아 하나하나 설명해 나갔다. 심사관들의 질문은 날카로왔다. "16달러로 잡은 서비스 단가의 근거는 무엇인가." "언제쯤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는가,"... 질문은 쉴새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 때마다 애슐리는 미리 제출한 사업설명서와 향후 3년동안의 예상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사업전망이 밝다는 점을 강조했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뒤 기자가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상투적인 질문을 던졌다.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 회장같은 최고경영자(CEO)가 될거예요." 크리스티나의 당당한 대답이다. 다른 부스에서는 시카고 인근 세인트폴 고등학교에서 출전한 학생 3명이 인터넷으로 저가(低價) 보석을 파는 사업을 설명하다 "왜 사업비용에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이 빠져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인터넷 사업부문의 심사를 맡은 마크 그린씨(45)는 "패션 음식료 인터넷 등 10개 분야별로 각 업계의 실무자들이 학생들의 사업구상을 평가한다"며 "당장 사업화해도 손색이 없는 아이디어들이 출품돼 심사관들을 놀라게 한다"고 말했다. 이 행사의 이름은 'DECA's 2002 International Career Development Conference'. 미국 3대 경제교육기관인 '데카(DECA)'가 1년에 한 번씩 전국의 학생회원들을 대상으로 여는 일종의 '비즈니스모델' 경진대회다. 이번에는 미 전역에서 1만8천여명의 학생과 교사가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뉴욕에서는 데카의 또 다른 행사인 '데카 윈터 컨퍼런스'가 진행중이었다. 매년 겨울방학 닷새씩 실시되는 이 컨퍼런스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산업현장을 직접 체험토록 해보자는 것. 패션 금융 자동차 스포츠 등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14개 영역별로 각기 다른 지역을 방문해 상품의 생산 및 판매현장을 모두 직접 경험해 보게 한다. 뉴욕엔 패션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였다. '토미 힐피거(Tommy Hilfiger)'라는 유명 브랜드의 매장에서 "마진율은 얼마나 되나요?" "재고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등의 질문을 쏟아내던 캘리겐스키군(16)은 "패션사업은 무엇보다 광고가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는 것 같다"는 나름의 견해를 내놓았다. 데카를 위한 기업후원회를 11년째 이끌고 있는 애드리안 배로씨(56)는 "마이크로소프트 골드만삭스 코카콜라 등 미국내 유수기업들은 청소년 경제교육에 굉장한 열의를 갖고 있다"며 "미래의 직원을 제대로 교육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기업과 학생들이 모두 '윈윈(win-win)'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솔트레이크시티=안재석.뉴욕=최철규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