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고객 여든까지 간다" 유통,제조,외식,서비스... 부문을 불문한 업계가 "어린이 관리"에 팔을 걷어부쳤다. "키즈"가 21세기 소비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어린이 시장은 급팽창하고 직접적인 구매력도 빠르게 커진다. 풍요롭고 소비지향적인 분위기에서 자라난 내일의 유망 소비주체이기도 하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날수록 자녀중심의 구매행태는 더욱 뚜렷해질 수 밖에 없다. 불황에도 아랑곳없는 황금시장의 주인공. 어린이들을 잡기 위한 키즈마케팅 열기가 뜨거워지는 이유다. 불어나는 어린이 시장=어린이 시장은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다. 업계에 따르면 어린이 관련 대표품목인 완구시장 규모는 매년 두자리수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2001년(5천5백억원)보다 20%이상 증가한 6천6백억원대로 추산된다. 아동복 시장도 98년 1조2백억원 규모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2조4천억원을 넘어서리라는게 업계의 추산이다. 오락,의류는 물론 교육,음식,창업부문까지 합치면 키즈 관련 시장은 무한대로 확장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비시장 분석서 "한국이 15명의 시장이라면"의 저자인 최순화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은 "아이를 적게 낳는 사회가 되면서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고 투자한다. 특히 도시 부모 사이에 남들 아이가 하면 내 아이도 해야 한다는 경쟁심리가 가중되고 아이들도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친구들이 가진 상품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쏟아지는 전용 서비스=LG경제연구원은 "2003년 주목받을 히트상품"이라는 보고서에서 IMT2000의 도입과 더불어 미아.유괴 예방(위치추적장치)이나 자녀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컨텐츠,장난감 컨셉트의 단말기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전용 이동통신 서비스가 봇물을 이루리라고 예상했다. 실제 일부 업체들은 이미 올 상반기 이같은 서비스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를 위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사업도 창업부문의 총아로 떠올랐다. 예컨대 대형 차량 내부에 입체영상 시스템을 갖추고 교육용 영상물을 보여주는 어린이 이동 입체영화관 사업을 들 수 있다. 생활용품이나 화장품 업계에서도 10대 초반의 감성을 반영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코리아나는 어린이 전용 자외선 차단제인 "엔시아 베이비 선크림 SPF 13"등을 내놨다. 피죤도 어린이 전용 목욕용품인 "마프러스 키즈밀크"를 내놓고 어린이를 직접 공략하고 있다. IT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10명가운데 9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아바타 비즈니스나 어린이용 PC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력이다. 이에따라 "넷키즈"를 잡기위한 업계의 노력도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인터넷포털,게임업체들은 어린이를 겨냥한 특별 사이트를 운영한다. NHN(옛 네이버)의 "주니어네이버(www.jrnaver.com)"나 야후코리아의 "야후!꾸러기"(kr.kids. yahoo.com)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아이들을 모셔라=가정내 소비에서 아이들의 입김이 커지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의 "키즈마케팅" 또한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아이들을 불러들이면 지갑을 쥔 부모는 당연히 따라온다는 판단에서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경우 볼풀장,미끄럼틀,텀블링기기 등을 갖춘 놀이방을 운영중이다. 관리자가 상주하고 있어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홈플러스 정선희 주임은 "아이들이 놀이방에 가자고 졸라 매장에 오는 경우도 꽤 된다"고 말한다. LG유통,현대백화점,월마트등은 아이가 앉기 편한 쇼핑카트나 유모차를 매달 수 있는 카트,작은 사이즈의 어린이 전용 카트 등을 마련해 놓았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집중적으로 어린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영어노래 배우기.종이접기 공작실등의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외식업체들도 어린이 전용 메뉴 개발,놀이방 운영,전용카드 발급,생일 파티 등의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 연구소의 김익태 수석은 "아직까지 어린이들의 직접적인 소비력은 크지 않지만 소비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크고 가정내 구매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그 잠재력은 매우 크다"면서 "자녀중심의 소비와 지출이 커지는 만큼 차별화된 마케팅과 건전한 소비교육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