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산업이 지난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유럽 주요 통신업체 대표들이 줄줄이 물러나고 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영국 보다폰은 18일 크리스토퍼 젠트 CEO(54)가 내년 7월말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도이체텔레콤의 론 좀머 회장이 지난 7월,프랑스텔레콤의 미셸 봉 회장이 지난 10월 실적부진과 경영악화를 이유로 각각 퇴임했다. 젠트는 1997년 보다폰 CEO에 올라 당시 자산규모가 1백20억달러에 불과했던 회사를 인수·합병(M&A)을 통해 10배가 넘는 기업으로 키웠다. 특히 2000년에는 독일 만네스만을 M&A 사상 최대규모인 1천8백30억달러에 인수했으나,이후 통신산업의 거품붕괴와 함께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후임은 인도 출신으로 보다폰 비상임 이사이자 미국 액셀-KKR텔레콤의 CEO인 에이런 사린(48)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의 스캇 메드 애널리스트는 "젠트 CEO의 사임은 통신업계에 '먹느냐 먹히느냐'식의 '인수 합병(M&A)'경쟁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